진심

14화

by 무유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이 있었던가?

나에게 진심이라는 게 있었나?

좋아함은 재미였다.

그 순간의 즐거움,

따분한 일상에

도파민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도파민이 터지면

살아있는 느낌을 받곤 했다.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이

괜찮아 보이면

쪽지에 번호를 적어서 주기도 했고

대학 독서실에서는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포스트잇에 번호를 남기고

음료와 함께 두기도 했다.

연락이 다 왔었다.


내가 예뻐서이긴 보다는

본인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호기심이 크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여자친구가 있었던 사람에게서도

연락이 왔었는데

‘지금은 여자친구가 있지만

나중에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주 잠깐

문자를 나누다가 그만두었다.

도파민이 나오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에게 번호를

주고 연락 오는 데까지만

도파민이 나왔다.


오케이, 연락이 왔어,

흥미 떨어졌어,

이제 재미없어,

그렇게 뭣도 모르고 즐거움만 찾았다.


진심이 없으니

상대방에게 죄책감도 없을뿐더러

상대방에게 연락이 오면은

그때부터

도파민은 곧두박칠쳤다.



급하강,

계속해서 파란색,

여기서 그만두어야 해.

그래도 올라갈지 모르잖아?라는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짧은 시간에 도파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그대로 안녕,




다큐나 시사프로그램을 보면은

이 부분에서 울어주세요 하는 거

같아서 화가 났다.

감정을 왜 격하게 만들어서

뭐 하려고 그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는 더욱이

남자 때문에 울고 싶지 않았다.


눈물이 나지도 않을뿐더러

‘왜 울어야 하지?’

다른 사람 만나면 되는데!


하지만

세상은

나의 성격, 재능적으로나

결함이나

뾰족한 부분이 있을 때마다

둥글게 만들었다.


지구가 둥글어서 그런가?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사람을 다 만나겠네, 이것 참.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고

피할 수 없게 만드는 거 같은 느낌을 아는지

둥글어진다고 해서 공이 되는 것도 아니다.

뾰족한 바늘에서

세월이 흘러

무뎌진 바늘이 되는 것이지,

사실 바늘인지 송곳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쌉T이면서

사람 만나기를 재미로만 생각하다가

그 첫사랑오빠에게 반하고 나서부터

재미가 없어졌다.


온 세상이 그 오빠가 되었다.

꼬마마법사 레미가 다녀간 모양인지는 몰라도

못생겨 보이던 얼굴이

점점 잘생겨 보였고

이 모든 게 신비로웠다.


친구들이 하는 말이

다 쓸데없어 보이고

시간낭비 같아 보이고

또래의 남자들이

남자로 보이지도 않고

아무리 잘생겨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오빠를 볼 때마다

계속 반할 수가 있다는 게


알고 보면

내가 태어난 이유는

이 오빠를 만나려고 태어났구나 싶었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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