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면 당신을 떠올려요. 1-3

13화

by 무유

부정적인 단어,

저주를 첫사랑에게 쓰는 이유가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이 발목을 잡는다.

어떻게 보면은 1년이라는 시간을 지켜보면서

상처주기 싫은 마음은

안 좋은 일을 겪고 싶은 완벽주의자일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는 마음은

대인기피증일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최소 1년이다.


이것을 저주라 부른다.


7살 많은 오빠에게 첫사랑을 얘기하면은


“그래서, 너는 사람을 1년을 지켜봐야 돼?” 라면서 이해를 못 한다.


조용히 침묵에 잠긴다.


그래, 나조차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왜 그런지 도통 모르겠다.

그러면서 그때,

큰 소리에 뒤돌아 그 사람을 보지 않고 지나쳤더라면,

뒤돌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조금 달라졌을까?

생각의 꼬리를 물고 답 없는 질문에 빠지다가

침묵을 깨고 얘기했다.


“내가 이렇게 모솔은 아닐 텐데… 저주에 걸렸어”


오빠는 피식 웃으며,

“ 저주까지야.. 그래도 첫사랑인데 “


첫사랑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 마음을!

이 답답함을 어이 이해하리,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100% 진실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처음 본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20살의 여름날이었다.


“ㅇㅇ형!”


큰 소리에 뒤돌아 무심코 그들을 바라보았다.

모른채하고 지나갈 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낯선 사람을 그는 아무런 눈초리도 없이

밝은 웃음으로 반겨주었고

곧 무례한 상황이 벌어졌다.


“ㅇㅇ형! 섹스 온 더 비치!”


그 당시에 클럽에서 유행하던 노래와 춤이었는데

섹스 온 더 비치라는 노래에 간단한 율동이 유행이었다.


그는 낯선 사람이 부르는 클럽 노래에 춤을 췄다.

무례한 상황을 그는 나이스하게 반응하는 모습에

그만 놀라버렸다.


눈은 그에게 고정된 채

놀란 입은 다물지 못했다.


그에게 반해버렸다.


도대체 어디서 반해버린 거야?라고 물을 수도 있다.


남들의 시선을 창피하게 보지도 않고

무례한 사람에게 화를 낼 수도 있고

외면할 수도 있는 반응인데

아무렇지 않은 듯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오히려,

둥글한 모습에 존경스러웠다.


외면처럼 내면이 강한 사람은 처음이었고

외모가 전부가 아닌 모습에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또 처음이었다.


얼어있는 나를 지나치면서

웃고 있는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는데

얼음땡처럼 웃어버렸다.


그 당시에는 웃는 게 어색하고

시니컬한 나였는데 무장해제가 되어버렸다.


그 사람은 눈빛마저 따뜻했다.


관심조차 없고

어떻게 보면은

혐오하는 부류의 사람에서

모난 부분 없이 둥근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판단해 버린

무지함이 부끄러웠고

숨고 싶어졌다.


그렇게 반했던 게

그 사람을 알게 된 1년이 지난 후였다.


리밋 1년이라는 저주에 걸렸다.


눈이 마주치고

미소를 보였던 그날은

잠드는 내내 한 장면이 반복재생되었다.


잠을 자지 않아도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무엇을 해도 해낼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었다.

많은 사람들 중에 그 사람만 보이게 하는

머릿속 편집기술은 나를 설레게 했다.



그때를 글로 적어보면,

미화라는 걸 나도 안다.

그 상황을 제 3자가 들으면

결국 돌아오는 반응은 뻔하다.


“읭?”


상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본모습만 보였다.


누구나,

다른 사람의 반했던 이야기를 듣는

제 3자의 반응은 읭?이니까,

이해할 수 없는 취향은

어느 누군가에게나 있는 법이다.


그날 이후로 보는 눈이 바뀌었다.

보는 눈이 바뀌니 생각도 바뀌었다.


근데, 그렇게 반하고

끝일 줄 알았는데,

침울해졌다.



-다음 편에 계속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