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15화 짝사랑과 꿈의 관계 2-1
(앞의 8화가 짝사랑과 꿈의 관계 1이에요)
10대 때도 계속 물음표뿐이었다.
매일 생각이 많았고
세상이 궁금했다.
골똘히 고민이 당연했다.
경험이 없었고 경험치가 0이었다.
아무런 철학, 신념이 없는 상태였으니,
자아는 계속 흔들렸다.
자아라는 틀은 있었지만
진정으로 자아가 원하는 일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또래들과 어울리다 보면은
생각이 비슷해진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비슷한 헤어스타일에
개인의 다름보다는
목소리 내는 사람이 있으면
따라가기가 편했다.
나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늘 답답함이 남았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잘은 모르겠으나
‘죽기 전에 후회만큼은 덜 하자‘ 라는 결론에 닿았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생각이 많을 테고,
새로운 테마를 발견할 때마다
호기심이 생길 거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10대와 20대 초중반에는
삶 전체에 대해서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졌다.
하지만 물음표에 답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생각만으로는 해결이 되는 문제도 아니었고
너무나 무지했다.
더군다나 좋아하는 취미가 아니면은
집에서 나오지를 않는 집순이였다.
글을 쓸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책을 많이 읽어야 글을 잘 쓸 수 있는데
편식이 심했다.
남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책이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마음을 끄는 책을 발견하면,
소중하게 모셔두었다.
종이책이 찢어질까 봐서
조심조심 80~100도의 각도로
책장을 넘기며 읽었던 소설은
잘 알려진 소설책은 아니었다.
그리고
머릿속의 작가의 이미지는
너무나 마르고
기운이 없어 보이고
조용하면서도 내면이 단단한,
세상 어딘가에 도달한
그런 대단한 사람은
나와는 달랐다.
겉은 평온해 보여도
내면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멀미도 하고
토도 하고
땅을 뚫고 지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산 꼭대기로 올라가는 감정 기복 속에서 살았고,
자고 일어나면
어제의 열정, 불안 등등은 리셋이 되어버렸다.
말라 보이는 이미지는 닮고 싶으면서도
금방 포기가 쉬웠다.
먹을 때 얼마나 행복한데!
입 안 가득 행복을 외면할 수 없었다.
엄마의 언어를 사용하자면
작가가 된다는 것은 감히였다.
감히, 내가 작가가 된다고?
글을 쓰는 작가는
동경이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되고 싶은 모습이었다.
세상물정 모르고
먹는 것만이 전부였던
나에게
첫사랑은
영향력이 큰 사람이었다.
첫사랑에게 빠지고 나서
얼마 안 되었을 때
친구들한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털어놓지 못했다.
그 이유는 혼란스러웠다.
남자를 볼 때
잘생긴 얼굴만 고집했기에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면은
친구들이 장난칠 게 뻔했다.
장난으로 끝나면 모를까,
욕까지 먹을 게 뻔히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욕먹을 사람이 전혀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이 감정이 이내 사라질 거라 믿었다.
전에도 느꼈던 휘발성 감정,
금세 증발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딱, 그 정도 일 줄 알았다.
그래서 숨겼다.
혼자서 조용히, 이러다 말겠지 하고
신경을 두지 않았다.
그에게 빠졌다는 것을 인정하기 전에
그를 비웃는 사건이 있었다.
20살 어느 날,
나조차도 짝사랑을 숨긴 채
친구와 길을 걷고 있었다.
친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
고개가 돌아갔다.
“야, 무유야 저기 봐봐.”
친구의 손가락 끝에는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청청패션은
놀림거리였다.
청청이라니,
주의의 사람들도
나도 친구도
비웃어댔다.
비웃음이
그 사람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대놓고 꼽준 사람도 있었다.
너무 잘 어울린다고,
또
대놓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옷이 이상하다고,
그 당시에 청스키니에
청자켓이 촌스럽다고 여겼다.
80년대를
불러일으키는
촌스러운 센스,
그런데!
그 센스를!
그 오빠가 입고 왔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