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무대에서 떨지 않았고, 연습은 싫었지만 무대에 서는 것은 참 행복했는데, 연주를 끝내고 나면 배가 너무 아파서 견디기가 힘이 들었다.
어느 날 연주를 마치고 아빠와 통화를 하면서 이런 날이면 늘 이상하게 배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빠는 하하하 웃더니, 나를 닮았구나!라고 하셨다.
아빠도 연주를 마치고 나면 배가 아프다고 했다.
딸냄, 배가 아플 땐 맥주를 마셔!
공연 때마다 왜 그렇게 호프집으로 달려가시나 했더니, 배 아픈 걸 달래기 위해서였나 보다. 아빠는 우리가 이런 날배가 아픈 이유는 무대에서 떨지 않아도 몸이 긴장을 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 긴장이 연주를 마치면 풀려버려서 배가 아픈 거라고.
그 통화를 하기 얼마 전부터 술을 마시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아빠가 주신 꿀팁대로 해보지는 못했지만, 아빠랑 나랑 닮은 구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괜스레 힘이 났다. 아빠랑 배 아픈 게 닮았다고 해서 아빠의 실력이 내 것이라는 뜻은 아닌데도 왠지 아빠 딸이라는 사실이 첨으로 으쓱했다.
늘 어깨를 짓누르던 '첼리스트 00 딸'.
나만 무대를 잘하고 싶어서 긴장하는 게 아니었구나. 아빠도 그렇구나.
요즘 새롭게 기획하게 된 몇 가지 일들을 진행하면서 배가 좀 아프다.
무대에 오르기 전의 긴장과, 무대에서 내려온 후의 배아픔의 중간쯤 되는 그런 느낌이 며칠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