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온 손님 유방암씨의 정체가 삼중양성이기에 그들을 작게 만들고, 결국 잘 떠나보내기 위해 앞으로 6번 동안 친하게 지내야 하는 친구들이다.
삼중양성 유방암씨는 그다지 반갑지는 않지만 잘 모시고 있다가 줄여서 떠나보내야 하는 존재라면,
파제타, 허셉틴, 도세탁셀, 카보플라틴은 매우 반갑지만 나를 힘들게도 할 수 있기에 조심스럽고, 조금은 두렵고, 하지만 고마운 다양한 감정이 들게 하는 존재들이다.
어쨌거나 나는 앞으로 최소 18주는 좋든 싫든 이 모든 친구들과 동행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내는 것이 좋을까?
피할 수 없다면 누려야겠다고 생각한다. 암을 즐긴다는 건, 특히 항암의 과정을 즐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만, 그 시간을 오롯이 누릴 수는 있지 않을까. 그건 나의 선택이니까.
아침 7시에 병원에 1등으로 도착해서(정확히는 6시 50분에 도착해서 접수대가 열리지도 않았다>_<) 1등으로 창가 침대를 겟하고 1등으로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입덧을 7개월 동안, 너무나 심하게 해서 물도 마시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혈액종양내과 교수님은 구토방지제와 부작용방지제를 최대치로 넣어주셨다. 모든 항암주사를 맞기 전에 무조건 구토방지제를 링거로 넣어주셔서 그랬을까?
파제타는 항암 치료제인지 포도당인지 모를 정도의 느낌으로 지나갔다.
허셉틴은 오, 요 녀석도 괜찮은데? 하고 있다가 마지막 20분을 남겨두고 오한이 나서 투약을 잠시 중단해야 했다. 열을 재보니 37.6. 허셉틴을 잠가두고 해열제를 맞은 후 컨디션 회복 후 다시 20분을 맞았다.
허셉틴에서 제동이 걸리니 마의 도세탁셀을 맞기가 약간 겁났다.
맞다가 심장이 멎어서 쓰러진 내 친구의 이야기가 귀에 왕왕 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게 어떤 증상이 나타나든 이 녀석이 가장 강력하게 내 유방암씨를 떠나보내게 해 준다는데.
주사가 들어가는 동안 퍼져라, 퍼져라! 어서 나의 멍울들을 줄여라..!라고 생각하며 맞았다.
(집에 와서 촉진을 해보니 그대로인 것 같아서 약간 슬펐지만 한 술 밥에 배부르려던 내가 잘못;)
하지만 도세탁셀은 허셉틴에 비하면 비타민 주사의 느낌이 들었다.
울렁이고, 열이 나고, 두드러기가 나고, 심장이 아프고, 얼굴이 빨개지고, 옆구리가 뒤틀리도록 아프거나(?) 하면 바로 부르세요! 라던 간호사님이 여러 번 오셔서 아직도 괜찮아요? 지금도 괜찮아요? 하신 걸 보면 정말로 무난히 지나간 것 같다.
잠시 쉬면서 다시 구토방지제를 넣고(감사합니다 **병원 김** 교수님) 마지막 카보플라빈을 맞았다.
약간의 피로감이 초반에 들었다가 가셨다. 그렇게 장장 7시간 30분의 첫 항암을 마쳤다.
남편도 입원 중이고, 부모님은 운전을 해주실 수 있는 형편이 아니고, 보호자도 없는 상황에서 날짜가 잡혔는데 친구가 아침에 운전을 해주고, 함께 있어주고, 입원 중인 남편이(희한하고 감사(?)하게도 같은 병원 뇌혈관 쪽 환자로 입원 중) 친구가 떠나야 할 때 내려와 주고, 곧 친정엄마가 오셔서 빈틈없이 보호자석이 채워졌다. 돌아오는 길엔 친구의 새언니가 오셔서 집에 데려다주셨다.
이건 무슨 복일까. 1차 항암날이 선물보따리 같은 느낌이었다.
앞으로 차수가 더해질수록 힘듦이 찾아온다고 한다.
가깝게는 2-3일 뒤에 메스꺼움이 찾아오고, 백혈구증가를 돕는 주사를 맞고 나서는 너무너무너무 아파질 거라고 한다.
예견된 아픔에 잠식되어 괴롭기보다는 오늘의 감사와 기쁨을 누리려 한다.
아픔이 오는 날엔 또다시 그때의 생각들이 잘 찾아와 주기를 바라며.
2년 전 같은 유방암을 만나 선항암, 수술, 후항암을 하면서 너무 많은 부작용으로 힘들어했던 내 친구도 결국엔 모든 게 다 지나가 활발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