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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May 27. 2021

겨울의 냄새와 추억

한달쓰기X세바시인생질문#19

여러분,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저는 오늘 무척 지친 하루였어요. 어떤 일을 마무리하느라 많이 긴장했거든요.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음악을 들었어요. 마침 비가 와서 더 좋았지요.
오늘은 글 쓰기를 일찍 시작해서 오랜만에 책도 좀 읽다 잘 수 있을 듯해요. 오늘 쓴 에너지들을 잘 채우고 내일을 살 힘을 비축해야겠어요.

세바시 인생 질문으로 한 달 동안 글을 함께 쓰는 팀은 제가 강의를 하는 학교의 학생들과 졸업생들이에요. 2019년 2학기부터 지금까지 같이 책을 읽으며 책에 대해, 그리고 책을 토대로 한 우리의 생각에 대해 나누어 왔어요. 시간이 쌓이면서 점점 깊어지는 나눔이 참 감사했는데, 어느 순간 우리 학생들이 자신들의 훌륭한 생각들을 기록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훈훈 출판사 대표님이자 작가님을 통해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는데.. 세상에 한 명 한 명의 글이 정말 너무 좋은 거예요.
마음속으로.. 모두가 계속 글을 썼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우리 멋진 하샤 님이 멋진 제안을 했답니다. 같이 글을 쓰자고요. (정말 대단해요!)
그렇게 시작된 세바시 인생 질문 글쓰기 모임은 두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얏호!)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니.. 이제는 글감을 위한 좋은 질문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왠지, 이 귀한 모임 안에서 책 한 권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소망이 꿈틀대고 있어요!
오늘의 글을 위한 질문은 JH 님이 보내주었어요. 냄새와 추억에 관한 질문이네요.
질문을 보자마자 코 끝에서 향기가 날 것 같은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JH의 글 & 질문

냄새는 추억을 불러일으킵니다. 적어도 제 경우에는 그렇더군요! 오랜만에 맡는 냄새는 뇌 깊은 곳에 숨어있던 기억의 방에 띵동 하고 초인종을 울립니다. 오늘 아침에는 비가 땅을 적시고 있어요. 저는 그때 슬그머니 올라오는 먼지 냄새를 좋아합니다. 요새는 통 맡지 못하는 새벽의 냄새도 좋아하고요. 여러분들은 어떤 냄새를 좋아하시나요?


1. 어떤 냄새를 좋아하시나요?

2. 그 냄새를 마지막으로 맡아본 건 언제인가요?

3. 그 냄새와 관련된 당신만의 추억이 있나요?



어떤 냄새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겨울의 냄새를 좋아합니다. 특히 집안을 나서려고 문을 열었을 때 온몸에 부딪치는 찬 공기와 함께 코 끝에서 느껴지는 겨울의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상쾌해져요.

그다음 좋아하는 냄새는 도서관의 책 냄새예요. 책에는 저마다의 냄새가 있잖아요. 희한하게도 집 서재의 냄새, 서점의 냄새, 도서관의 냄새가 다 다르죠. 그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 냄새는 도서관의 책 냄새예요. 도서관들도 저마다 다른 책의 냄새를 가지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경험 중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독일 프랑크루프트 국립도서관(DNB, Deutsche Nationalbibliothek)의 냄새예요.


그 냄새를 마지막으로 맡아본 건 언제인가요?

2018년, 14년 만에 밟은 독일 땅. 도착한 바로 다음 날 그 도서관에 달려갔어요. 도서관 한 달 이용이 가능한 카드를 구입하고, 매일매일 드나들었어요. 이십 대 때 늘 앉던 자리에 앉아 책을 곁에 두고 창 밖을 바라보니 얼마나 행복하던지. 그 냄새를 마지막으로 맡아본 건 2018년 8월이에요. 어서 빨리 다시 연구하러 갈 날을 손꼽아 봅니다.


그 냄새와 관련된 당신만의 추억이 있나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도서관은 신간들과 고전이 함께 있는 곳, 몇 백 년의 손 때 묻은 가죽 양장 책들과 가벼운 크라프트지 문고들이 공존하는 곳이에요. 그곳의 냄새는 시공을 초월하는 느낌을 줍니다.

넓은 도서관 열람실에서 높이 높이 쌓인 책들 사이에서 공부하던 시절. 탁 트인 유리벽 밖으로는 높은 나무들이 보였어요. 제대로 알 수도 없는 라틴어 책들과 고전 독일어 책들은 그냥 옆에 쌓아두고만 있어도 왠지 든든했어요. (언젠가는 다시 가서 읽고 이해해볼 수 있기를!)


도서관 앞, 대각선 길 건너에는 종이박스에 아시아식 누들을 담아 파는 Imbiss가 있었어요.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는 스낵바 같은 곳이지요. 책들에 둘러싸여 공부를 하다 배가 고파지면 그곳에 서서 누들을 먹거나, 돈이 좀 있는 날에는 땅콩소스를 곁들인 오리고기를 먹었어요. Knusprige Ente mit Erdnuss-Sauce! 바삭하게 튀긴 오리고기 위에 땅콩소스와 재스민 라이스를 함께 먹는 따뜻한 음식.. 와.. 너무 그립습니다.


아, 겨울 냄새와 책 냄새를 말하다 말고 갑자기 먹는 이야기로 빠져버렸네요.

냄새는 추억을 부르고, 냄새에 대한 기억은 또 다른 추억을 불러오는 듯합니다.

JH 님의 멋진 질문 덕분에 추억 여행을 했네요. 정말 고마워요!


여러분은 어떤 냄새를 좋아하시나요?
그 냄새에 얽힌 추억은요?

[함께 먹어요]

https://youtu.be/92ucF--Itu8

땅콩소스는 아니지만 독일에서 먹던 바삭오리 추억의 레시피!

[함께 가봐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도서관

https://youtu.be/QTEexvpuAtY

그리운 책, 책상, 건물들...

 ++ 다 쓰고 보니 제목은 겨울의 냄새와 추억인데 겨울 이야기는 딱 두 줄이고 나머지는 먹방과 도서관 이야기로 흘러 흘러 가버렸네요. 이번 글의 부제는 의식의 흐름!!

 

제목을 내용에 맞추어 수정하려다... 그냥 둬봅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


#의식의흐름 #겨울냄새 #도서관냄새 #추억의냄새 #냄새와추억 #후각과기억 #한달쓰기 #세바시인생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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