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문법 | 소준철

무명인토론모임 | 무엇을 할 수 있을까

by Sonia

투명인간으로 만들어주는 망토를 입고 윤영자 씨의 하루를 따라다닌 것 같았던 소준철의 가난의 문법.

이 책을 읽는 내내 손을 뻗어 무언가 함께 하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보이지 않는 일을 하는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의 삶을 추적하여 한 명의 가상인물을 만들고 통계적 사실과 그녀의 삶을 통해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구성으로 쉴 새 없이 그들의 삶을 쫓아가도록 구성한 작가의 탁월한 실력.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무관심에 마음이 무거웠다.

늘 눈에 보이던 분들의 '현재의 삶'이 어떠한지 궁금해만 했던, 그러면서도 속수무책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던 무관심과, 그분들의 '지나온 삶'과 '앞으로 걸어갈 삶'에 대해 나와는 상관없다는 것처럼 하루를 채워가는 무관심.

이제는 알아버렸다. 그분들이 단지 '폐지 줍는 노인'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삶 안에는 무수한 굴곡이 있었으며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전쟁 폐허에서 경제강국으로 성장해 온 한국의 역사의 중심에 그분들의 젊은 시절이 있었고, 재개발되어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되어버린 터에 그분들 소유의 집이 있었다는 것. 아들 딸이 자리를 잡고 자신들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온 생애를 털어가며 살아오셨다는 것. 읽는 내내 미련하게 왜 자신을 챙기지 않았냐고, 그 집을 지키지 않았냐고,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울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러한 내적 오지랖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내가 붙들고 울고 싶은 이는 그저 가상의 인물 윤영자 씨일 뿐이고, 설사 살아 있는 분이시라 해도 그분의 과거를 돌릴 수 없기에. 그리고 과거를 돌릴 수 있다 해도 그 시대의 부모님들은 같은 선택을 하실 것이기에.

내 좁디좁은 시선과 기준으로 감히 그 분들의 삶과 선택에 훈수를 둘 수 없기에..

물론 현재 재활용품 수집일을 하는 모든 분들이 같은 삶을 사신 것이 아니고, 각자의 이야기들이 있으며, 안쓰러워만 할 일도 아닌 것을 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적어도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동안 그분들의 존재에 대해 내 고민의 귀퉁이도 할애하지 않았고, 이제야 조금 마음을 쓸 수밖에 없는 앎이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한다. 분명 그분들도 살고, 우리도 살 수 있도록 연결하는 한 지점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 하나를 시작한다면 눈송이가 눈덩이가 될 수 있는 것,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생겨날 것이다.

내 지금 위치와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본격적으로 고민해 보려 한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에는 꼭 실천해야지.

생각지 못하던 존재를 '저들'이 아닌 '우리'로 볼 수 있는 눈이 하나씩 열리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다 할 수 없기에, 깜냥이 되지 않기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버린 이상 가만히 있는 것은 나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 아닌가. 이 글은 어떤 다짐 같은 것이다. 시작이다.


다시 한번 책을 읽어보려 한다.

이제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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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gnade101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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