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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Next Story Jul 14. 2017

경기고는 서울에, 서울대공원은 경기도에 있는 이유?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이러한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곰탕엔 왜 곰이 없을까?' 혹은 '올챙이국수에는 왜 올챙이가 들어있지 않은 걸까?'하는 다소 엉뚱하지만 사실 궁금할 법도 한 의문 말이다.


세월이 흘러 곰탕이 뼈와 고기를 넣고 푹 '고음'했기 때문에 재료 속 곰의 유무와는 무관하게 곰탕으로 불린다는 사실과,  옥수수로 만든 강원도 향토 국수가, 단지 체에서 떨어지는 면발의 모습이 올챙이를 닮았다는 이유로 올챙이국수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 의문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총각김치에는 총각이 없고, 빈대떡엔 빈대가 없고, 쥐포구이에는 쥐가 없고, 붕어빵엔 붕어가 없다는 의문은 어린이의 눈으로 본 천진난만한 호기심이 사그러져감과 동시에 일종의 아재개그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아재개그'라기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질문이 있다.


경기고등학교는 왜 서울에 있고,
서울대공원은 왜 경기도에 있을까?



경북고등학교는 경북의 광역시 대구에 있고, 경남고등학교는 경남 최대광역시 부산에, 그리고 충남고등학교는 충남의 광역시 대전에, 전남고등학교는 전남의 광역시 광주에 있는데, 왜 경기고등학교(이하 경기고)는 서울에 위치해있는 걸까?


또한 소사대공원은 경기도 부천시 소사로에, 울산대공원은 울산광역시 남구 옥동에, 인천대공원은 인천광역시 남동구 장수동에 위치하는데 오직 서울대공원만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고등학교 (출처: 두산백과)



무릇 '지명을 이해하면 그 지역의 역사가 보인다'는 말이 있듯 지명 혹은 지명을 포함한 학교, 공원 등의 장소명 역시 그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어야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


하지만 위의 사례들은 아무리 봐도 영 어리둥절하다.


그렇다면 거꾸로 생각해보자. 지명 혹은 장소명을 이해하고 지역의 역사를 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지역의 역사를 먼저 이해한 후 해당 장소 이름에 얽힌 숨은 사연들을 파헤쳐보는 것!


지금부터 어릴적 품었던 '천진난만'한 의문의 시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공원의 비밀을 밝혀보자.



서울대공원 (출처: 네이버백과)



경기도와 서울은 원래 형제였다?!


우리나라 최대 인구수와 산업,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경기도.

경기라는 말이 역사에 처음 등장한 때는 고려 현종 9년이던 1018년이었다.


천자의 도읍을 뜻하는 '경'과, 천자가 직접 관할하던 도성 주위 1,000리의 땅을 뜻하는 '기'를 합해 경기라고 불리게 되었고 1896년 13도 체제 전까지 이것이 공식 명칭이었다.


조선시대에는  8도의 지방행정체제에서 각 도를 지역의 주요 군현명을 따서 명칭을 정하였는데, 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경기는 역시 특수하고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되었다.


수도 서울을 보위하고, 수원화성과 광주 관요 등 문화를 꽃피웠으며, 다산 정약용과 성호 이익 등 주요 실학자를 배출한 변화와 개혁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한편,  1392년 조선 개창부터 1914년까지 도성지역이었던 현 종로구, 중구 일대와 한성부 외곽지역인 성저십리(서울 도성 밖 10리 이내 지역)를 비롯해 현 서울특별시 강북의 상당지역을 차지하였던 서울은, 경기도와는 별개의 행정구역인 한성부로 독립된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경기고, 왜 서울에 있니?


하지만 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해 한성부가 경성부로 개칭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일제가 수도를 없애기 위해 서울을 경기도에 편입시켜버린 것!


조선총독부는 한성부 성저십리 지역을 경성부 산하면으로 개편한 데에 이어, 1914년 부군면을 통폐합해 지금의 용산구 및 마포구, 서대문구의 각 일부와 창신동, 숭인동을 제외한 성저십리 지역을 고양군으로 편입시켰다.


이 과정에서 수원에 있던 경기도청이 경성부, 즉 서울로 터를 옮기게 되었고, 종로구 화동 언덕에 있던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 (경기고의 전신)가 경기공립중학교로 교명을 변경하고 교사를 신축하였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었던 옛 경기도청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었던 옛 경기도청



경기도청, 서울에서 수원으로


이후 해방이 되자, 또다시 변화가 시작됐다. 1946년 경성부가 서울특별시로 승격하면서 경기도에서 분리된 것!

이에 여러차례에 걸쳐 인접한 경기도 지역 일부를 편입하는 형식으로 대대적인 서울 확장이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서 1967년 6월 23일 서울특별시에 있던 경기도청이 수원시로 이전했다.


이후 양주군 노해면(현 도봉구, 노원구)과 구리면 일부(현 중랑구), 광주군 중대면(현 송파구) 등을 비롯해 지금의 강남 지역 역시 서울특별시에 속하게 되었고, 앞서 교명을 개편한 경기고는 1976년 2월 20일 강남 개발 시책의 일환으로 종로구 화동에서 강남구 삼성동 위치로 이전하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1995년 3월 1일 광명시의 일부가 금천구에 편입됨으로써 지금 현재 서울과 경기도의 모습이 되었다.



출처: doopia



그리고... 또 다시 새롭게 터를 이전하다


서울의 행정체계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행정독립성을 확보하게 된 경기도청은 더 나은 도약과 융합을 위해 또 다시 이사를 앞두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수원 광교 신도시로 이전하는 것!


일제강점기 시절, 수원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그리고 1967년 다시 수원 팔달산 기슭으로 돌아와서 한국의 중심행정구역으로 거듭난 경기도청에겐  이번 이사 역시 굉장히 의미가 깊다.


인인화락이라는 신청사  및 경기 융합타운 건설의 비전은 1796년 수원화성을 준공하고 정조대왕께서 戶戶富實 人人和樂(집집마다 부자가 되고 사람마다 화합하여 행복해지기를 바란다)의 말씀에 따른 것으로,

경기도청, 경기도 의회, 경기도 교육청 등 여러기관과 사람들이 서로 화합하여 경기도를 행복하게 하고자 하는 목표를 나타낸 것이다.



경기도청 구관 (출처: 뉴스윗)



이와 더불어 올해로 완공 50주년을 맞은 경기도청사 구관 건물과 도지사 공관은 문화재청에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 신청을 하여, 역사적 의미를 보존‧관리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구청사 인근 수원향교와 성공회 교동성당 등 역사적 건축물들을 활용한 인문학 탐방로를 조성하고, 팔달산과 화서동 일대에 힐링 둘레길을 만드는 등 구청사를 중심으로 수원 옛도심의 재생사업도 본격화할 예정이라 주목받고 있다.


반세기만의 경기도 청사이전을 도민과 의미있고 검소하게 보내기 위한 경기도청 기공식은 오는 7월 15일(토) 오후 5시~9시까지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일원 경기도청 신청사 부지에서 열린다.


플리마켓 등 각종 체험행사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근무하는 시아준수 등의 축하공연도 개최하여 뜻깊은 행사를 도민과 함께 축하할 예정!



경기도청 광교 신청사 조감도 (출처: 경기도청)



서울대공원이 경기도 과천에 있는 이유


여기서 잠깐! 우리에겐 아직 '서울대공원'의 비밀이 남아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름부터 '서울'의 소울이 가득한 서울대공원. 이름만 봐서는 서울을 상징한다 해도 무방할 것 같은 이 공원이 경기도 과천에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이 역시 일제강점기 때로 거슬러올라간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 왕조의 권위를 무너트리기 위해 일제는 지금의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어 개장하고 왕실의 성역이던 궁궐에 일반인들을 불러 모았다.


이후 해방이 되어 1980년대 '창경원'이라 불리던 동물원을 철거하고 '창경궁'의 복원을 추진하였는데, 동물원이 이전한 곳이 바로 지금의 서울대공원이라고.


당시 서울시는 저비용으로 넓은 부지를 구입하기 위해 지금의 과천시를 선택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서울대공원이 경기도 과천에 자리잡게 된 이유다.



서울대공원 홈페이지 캡처



'이름을 가진 것에는 역사가 있다'는 말이 있다.


경기도에 있지 않은 경기고등학교와 서울에 위치하지 않는 서울대공원.


다소 황당하지만  '이유있는' 두 이름을 보며, 이 이름들이 간직하고 있는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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