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이 심한 날
아직 서류접수 마감까지는 2주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다. 꼼꼼하게 준비한다면 지원서 말고도 부가적으로 포트폴리오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전 회사는 내가 직접 지원한 게 아닌 스카우트 형식의 입사였어서 제대로 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안 만들어 본 지 몇 달 된 상태이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통통 튀게, 트렌디하게 해시태그를 사용해서 쓸지, 일반적으로 쓸지, 포트폴리오는 어떤 순서로 내용을 구성할지, 이전 회사의 한 달짜리 근무 내용도 넣어야 할지, 그걸 넣지 않는다면 내 어학성적도 없는 스펙은 어떡해야 할지 이런저런 고민을 했다. 고민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진 뒤에야 알게 된 거지만 고민은 할수록 답이 없다. 회사를 들어가도 고민, 나와도 고민인 삶. 다들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불안하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주말에 충실히 놀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 오늘은 꼭 이력서를 수정해야지.'라던가, '오늘은 포트폴리오 시작이라도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일요일이 되자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고 '아, 다 귀찮다. 쉬고 싶다...'란 생각만 들기 시작했다. 거기에 월요일에 또다시 업무 연락이 올까 봐 불안한 마음까지 겹쳐 무기력증이 도졌다. 그래서 가족 구성원과 밀린 드라마를 정주행 하다가,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늦은 생일 축하 인사를 마저 받다가, 다시 먹고 보고를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마치 학생일 때 '공부해야 하는데...' 하면서도 휴대폰을 보고 있을 때 마음과 같았다. 놀랍게도 학생 때의 나와 사회초년생이 된 나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퇴사 2일 차, 이력서는 개뿔이고 내키는 대로 지냈다.
원체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회생활의 맛(?)을 잠깐 보고 다시 한동안 백수의 삶으로 지내려니 마음이 복잡하다. 퇴사를 선택한 것도 후회하진 않지만, 다른 회사에 들어가서도 같은 선택을 할까 봐, 결국 한 곳에 오래 못 버티는 게 내 습성이 될까 봐 미리 걱정하게 되었다. (중요한 건 아직 재취업에 성공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 그냥 '이런 날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는 마음의 소유자가 되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안된다. 방황해서 가족들과 나 자신에게 걱정을 끼치긴 싫다. 그렇지만 한동안은 좀 무기력할 것 같고, 방황할 것 같은 기분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있는 걸 안다. 그래도 최대한 덜 아프고 싶은 청춘도 여기 있다.
오늘은 얼른 우울함을 털고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강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