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과장 고길동이 불쌍해 보이는 나이

둘리는 참 양심이 없어

by 후니언니


3대 몇 치세요?
캐시라는 부스터와
빽이라는 보조제 없이
맨몸으로 나이를 들려니
겁나 빡세네요






둘리와 조무레기들을 거둬 먹이는

고길동이 불쌍하게 느껴지면 나이 든 거라던데

나는 고길동만 불쌍한 게 아니라

주 6일 일하는 우리 아빠도 불쌍하고

주 7일 밥을 차리는 우리 엄마도 불쌍하고

지붕 없이 사는 놀이터 고양이도 불쌍하고

실내에서 우산 접는 걸 까먹을 정도로

정신없이 사는 아저씨도 불쌍하고

016으로 시작하는 핸드폰 번호조차

불쌍해서 죽을 지경이다


슬프니까 중년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 변화는 더 슬프다

흰머리가 하나둘 보이더니

이제는 흰색 두피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자꾸 여기저기 부딪혀 멍이 마를 날이 없으며

눈은 하루가 다르게 침침,

팽팽했던 피부와 함께 미각까지 잃어

뭘 먹어도 감동이 없다


주삿바늘과 사투를 벌인 날들이 차곡차곡 쌓이더니

어느새 늙어버린 것이다


안 아프기 그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하지만 내가 나이 들었음을

가장 강력하게 느끼는 순간은 외출 준비를 하면서다

누군가를 만날 때 치장하기에 급급했던 내가

가방에 뭔가를 바리바리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몸에 좋은 견과류며 과자, 약과, 떡...


나는 이러한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순간을

'질풍중년의 시기'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평범한 가방이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변한

이유를 물어본다면 글쎄

뭐랄까... 그냥 갑자기 든 나누고 싶어 졌달까?

함께 나이 들어가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그저 고맙고, 자꾸만 감사해진다


아줌마처럼 바리바리 양손은 무섭게

가방이 무거워질수록

중력보다 강력한 세월의 법칙을 거슬러

우리는 한 뼘 더 가까워진다


늙음에 낭만 한 스푼이 더해지니

쩌면 나이도 들만 하겠는데?


매순간 초조라는 거센 태풍이 몰아쳐도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진짜 어른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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