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100분 토론 중
우리 가족은 함께 움직일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택시비 계산부터 시작한다. 이동 거리와 환승 횟수를 머릿속에서 빠르게 시뮬레이션한 뒤, '이거 택시 타도 되겠는데?' 싶으면 곧바로 회의 모드 돌입.
나는 짠순이 엄마를 닮아 길바닥에 돈 쓰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가성비' 파다. 반면 아빠와 동생은 몇 푼 안 되는 교통비를 지불하고, 시간과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 우선인 '효율'파다.
그래서 외출 전에 무조건 100분 토론급 회의가 열린다. 주제는 단 하나, 목적지까지 뭘 타고 갈 것인가. 다들 열을 올려 각자의 의견을 내세우느라 회의가 길어질 즈음, 엄마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한마디를 던진다.
사실 우리 집엔 차도 있다. 하지만 자가용이라는 건 단순히 굴러만 간다고 되는 게 아니다. 자차는 자차 나름의 계산이 필요하다. 택시는 목적지에 내리면 끝이지만 자차는? 기름 넣어야 하고, 주차해야 하고, 세상에서 제일 아까운 주차비까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이쯤 되면 이동수단이 아니라 애물단지가 따로 없다.
게다가 내 주차 실력은… 음… 패스!
자가용은 얌전히 세워만 놔도 돈이 샌다. 한 번도 혜택 받은 적 없는 보험료, 오르기만 하는 기름값, 예고 없이 터지는 수리비 폭탄까지. 한 달에 네댓 번 타면서 이런 고정비를 감당한다는 건, 자타공인 적자 인생이다.
세차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자동 세차 한 번 돌리면 5분 만에 6천 원이 증발한다. 그런데 그 깔끔함이 유지되는 건, 길어야 일주일? 결심했다! 손세차로 간다.
물 없이 가능한 세차용품을 구비하고,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자동 세차 여섯 번 분으로 손세차 스무 번이 가능했다.
스크래치 방지 먼지털이개 15,300원
극세사 수건 10장 6,900원
카워시 물왁스 스프레이 3,750원
창문 코팅제 10,900원
총 38,850원. 가성비 풀세트 완성!
그런데 먼지를 털고, 물왁스를 뿌리고, 닦고, 또 닦고, 닦고, 닦다 보니... 팔에 감각이 사라졌다.
“아놔... 이게 이렇게까지 힘들 일이야?”
그 순간, 자동 세차 6천 원이 세상에서 가장 저렴하고, 고마운 서비스처럼 느껴졌다.
혼자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다. 무조건 가성비!
먼 거리는 대중교통, 가까운 거리는 도보. 때론 길을 잃기도 하고, 같은 자리를 몇 바퀴 돌기도 하지만 덕분에 예쁜 장소를 발견할 때도 있다.
그런데 정말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할 땐, 내가 자랑하는 ‘가성비 만렙 루틴’을 가동한다.
약속보다 2~3시간 일찍 출발
약속 장소에 최대한 가까운 곳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
마지막 남은 구간만 택시 호출
이 얼마나 효율적인 교통 설계인가! 도착해서 커피 한잔의 여유까지 챙길 수 있다.
버스를 타든, 걷든, 자차를 몰든, 택시를 부르든…
결국 중요한 건 ‘어떻게 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도착하느냐’
아니, 어쩌면 ‘어떻게 여정을 즐기느냐’ 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가족에게 여정의 즐거움이란,
100분간 티격태격한 끝에 결국 버스를 함께 타는 순간에 있다는 걸, 이젠 슬슬 인정하려고 한다.
가끔은, 버스 안 웃음소리가 가장 비싼 교통비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