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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nugeun Apr 19. 2021

넷플릭스 다큐, 아메리칸 팩토리

美国工厂

일요일 저녁에 오래간만에 자유가 생겨 넷플릭스를 이리저리 뒤지다 시놉시스가 흥미로워 시청했다. GM 공장이 떠난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에 중국의 유리 생산 업체 푸야오 그룹의 공장이 들어선다. 거대 자본을 투입해 이익을 창출하려는 중국 기업과 생계를 위해 공장에 취업한 지역 노동자들이 빚어내는 희망과 갈등, 화합과 위기를 다룬다. 노사 갈등이라는 큰 이야기 사이사이에 중국인과 미국인이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서로의 문화 차이를 실감하며 이리저리 부딪치는 이야기가 잘 녹아 있어서 심각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지루하지 않게 시청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 다큐는 오바마 전(前) 미국 대통령이 설립한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다큐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906/97299484/1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사진)가 지난해 2월 설립한 ‘하이어그라운드프로덕션’은 지난달 21일 다큐 ‘미국 공장(American Factory)’을 공개했다. 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오하이오주에 한 중국 억만장자 사업가가 유리공장을 차리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렸다. 문화 전문 매체 쿼츠는 “미중 노동자의 갈등과 화합을 사실감 있게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한국 넷플릭스 가입자도 시청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 무역전쟁이 날로 격화하는 상황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오하이오를 배경으로 영화를 제작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오하이오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의 최대 지지 기반인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를 이루는 곳이다. 18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고 대선 때마다 지지 후보가 바뀌어 ‘대선 풍향계’ 역할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2016년 대선에서는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2020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장편다큐멘터리상)

72회 미국 감독 조합상(감독상(다큐멘터리부문))

2019      

45회 LA 비평가 협회상(다큐멘터리상)

35회 선댄스영화제(감독상(미국 다큐멘터리))


푸야오 그룹

다큐에 나오는 중국의 유리 생산 업체 푸야오 그룹과 그룹을 이끄는 수장 차오에 대한 설명은 아래 기사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4061279841

그는 중국 최대이자 세계 2위인 자동차 유리회사를 이끄는 거물이 됐다.
....
차오 더왕 푸야오그룹 회장(68)의 이야기다. 차오 회장이 1987년 세운 푸야오그룹의 유리는 현재 도요타, BMW, 벤틀리 등 세계적인 명차에 쓰이고 있다. 그가 거느린 직원만 전 세계 1만명. ‘자동차용 유리’라는 한우물을 파 중국 1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린 차오 회장은 미국, 일본, 유럽 시장에서 ‘불패신화’를 쓰고 있다.


다큐는 그동안 인식해왔던 두 나라의 관점을 뒤집는다. 세계의 공장 혹은 생산 하청 지역으로 여겨졌던 중국에서 자수성가한 중국 자본가가 자본가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 공장을 세워 미국인을 노동자로 고용한다는 배경이 인상적이었다. 중국 기업가의 희망과 미국 노동자들의 희망이 잠시 화합해 환하게 빛나다가 이내 현실에 부딪쳐 갈라지는 모습을 기업가의 입장과 노동자의 삶을 번갈아 비추며 속도감 있게 보여준다. 뉴스는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많이 다룬 주제라서 큰 틀에서는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지만 한 번 시작하면 눈을 떼기 힘들게 잘 만들어 놓았다. 


줄거리 요약


기업가와 노동자 모두 희망에 가득 찬 얼굴로 공장 가동을 준비하지만 공장 개업식에 참석한 지역 상원 의원이 노조 설립을 언급하며 노사 갈등의 불씨를 피어 올린다. 한 번 피어오른 불씨는 공장의 생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본격적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애초에 이제 막 업무를 익히기 시작하며 주 5일, 하루에 8시간 일하는 미국의 초보 노동자들이 이미 숙련된 데다가 한 달에 이틀만 쉬며 12시간 2교대로 일하는 중국 노동자들의 생산 능력을 쉽게 따라잡을 리가 없다. 새로운 공장의 생산 능력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자 사측에서는 익숙한 조치들을 단행한다. 관리자급 미국 노동자들을 중국 본사로 견학 보내 본사의 문화를 익혀 미국 공장에 적용하게 만들기도 하고 설립 초기 채워 놓았던 미국인 경영진들을 중국인들로 교체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 오하이오주의 공장 노동자들은 집단을 중요시하며 개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게도 익숙한)식 생산 문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중국인 관리자들은 미국인 노동자들의 낮은 생산성이 마음에 들지 않고 미국인 노동자들은 중국인들의 비정상적인 근무 시간과 안전불감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와중에 공장에서 몇 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GM 공장 시절보다 현격히 낮은 임금에 대한 반발심도 퍼지기 시작한다. 여기에 전미자동차노조가 끼어들면서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된다. 노동조합 설립 여부를 결정할 투표일이 다가오자 노조 설립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공장 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공장 내부를 돌며 찬성에 투표하도록 독려한다. 사측에선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노조 설립에 적극적인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백만 달러를 투입해 LRI라는 컨설턴트 그룹의 도움을 받아 노조 설립이 왜 좋지 않은지에 대한 교육을 열어 직원들을 참석시키기도 한다. 


결국 노조 설립은 실패한다. 사측의 회유에 넘어갔거나 실업 상태에 시달리다가 이 정도 현실에도 감사했던 많은 노동자들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노조 설립이 무산된 뒤, 푸야오 그룹은 유리 제작 공정에 로봇 팔을 도입한다. 공장을 방문한 차오 회장은 현장 책임자에게 각 로봇 팔의 역할과 함께 그 덕분에 몇 명을 해고할 수 있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 듣는다. 로봇 팔이 도입된 후 푸야오 아메리카는 드디어 흑자로 전환한다.  


흥미로운 점


다큐에서 푸야오 그룹의 회장은 공장 문을 닫겠다고까지 말하며 노조 설립을 막으려고 하는데 중국의 헌법 제1조가 다음과 같다는 것을 상기하면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이다. 

제1조 ① 중화인민공화국은 노동 계급이 지도하고 노농동맹을 기초로 하는 인민민주주의 독재의 사회주의 국가이다.
② 사회주의 제도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근본제도이다. 어떠한 조직이나 개인이 사회주의 제도를 파괴하는 것을 금지한다.

만약 노조 설립에 성공했다면 로봇 팔이 도입된 후 추풍낙엽처럼 잘려나갔던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푸야오 그룹의 차오 회장은 공장 설립을 준비하면서 미국 노동자들은 중국 노동자들처럼 다루기 힘들 것이라는 걸 진정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도 들어와서 로봇 팔을 도입할 때까지 어떻게든 노조 설립을 막으며 버텼던 것일까. 

미국 노동자들에게 노조를 설립하라고 북돋았던 오하이오주의 상원 의원과 하원 의원은 일이 이렇게 진행될 줄 진정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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