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서랍에 차곡차곡 쌓아둔 글의 개수가
욕망의 개수라면
나는 그야말로 욕망 덩어리
그것도,
갖지 못할 너를 이야기하는 글로만 가득 찼으니
탐욕의 덩어리
낮밤으로 부르다 쉰 목으로
숨을 삼키며
꾸역꾸역 눌러쓴 욕망들
추적이는 가을비에 날리지도 않는 젖은 잎 모양으로
네가 보이는 길 가에 자리 잡고는
떨어져 나갈 생각일랑 않는
한심한 욕망 덩어리
서랍에 쌓다가 쌓다가
마구잡이로 욱여넣는
허락받지 못하는 처지가 처량해
뚝
뚝
눈물 흘리다 원고도 젖어버리는
있을 곳 모르고
차가운 바닥에라도 찰싹
붙어있고 싶은
눈치 없는 욕망 덩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