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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Oct 19. 2019

우리 한 번 잘래

언니 마흔이야

우리 한 번 잘래 소리도 머뭇거림 없이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말이다. 게곱게 접어두었다가 촌스럽게 결혼식날   펼쳤더니 혈흔 앞 신부의 혼란은 알아채지 못하고 햄버거 먹러 나가자고 한 남자 덕분에 그동안 내가 얼마나 헛된 생각으로 살아왔는가를 알게 되었. 그로부터 10년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어. 섹스도 사람이 사람을 알아가는 하나의 채널에 불과하다는 걸 말이야. 그 문장이 아직 발화된 적은 없지만 이젠 시간문제가 되버렸다.


아니, 앞에 '우리'라는 말을 붙일 필요도 없겠다. 한 번 잘래면 어때. 아니면 하는 수 없는 거지 뭐.


뭐든지 혼자서 잘 했는데, 이제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겠어. 혼자 걷는 것도, 혼자 먹는 것도, 혼자 자는 것도 싫어져 버렸다. 혼자서는 실컷 해봤으니까. 아스팔트에라도 입을 맞추고, 나무껍질 그득한 나무 둥치를 더듬고, 차가운  벽을 바싹 끌어당긴 채 잠을 잔다. 혼자가 이렇게 싫었던 적이 있는가. 아무에게나 기대고 싶고 손잡고 싶고 입 맞추고 싶고 그래도 마음을 줄 수는 없겠지만 그러면 뭐 어떤가. 마음과 몸이 항상 함께 다니는 것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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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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