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얼하게 추운 날
너를 곁에 두고 차마 술을 마실 수는 없을 것 같았던 나는
허그가 필요해
하트가 아른거리는 머그에 손가락을 걸었다
화장을 하기도 전에
발그레해진 볼을 보고
우리 집 거울은 무얼 생각했을까
도저히 아니붙을 수 없는 차가운 밤
차마, 차마- 소리를 몇 번이고 혼자 되뇌이다
서둘러 너를 보내고 나는,
바다로 왔다.
혼자 있을 것이 분명한 바다가
오래도록 몸을 떨다가
삼포에서 속천 가는 마지막 버스 소리에
울음 잠시 멈추고
텅 빈 벤치와 녹슨 철로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그리움에 지친 것들만 모여있는 겨울 행암에
철길 옆
기다리는 여자 하나가 더 놓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