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는 언제나 옳다
"여기에다 사인해주세요"
그렇게 몇 번의 클릭과 싸인으로
내 품에 안긴 하얀 박스.
늘 받는 박스지만
특별히 기분 좋은 건
아마도 내일 있을 캠핑 때문이 아닐까 한다.
거금을 주고서 예약한 자연휴양림에서
추운 밤을 따뜻하고 배부르게 녹여줄
캔 가리비.
제철이라는 가리비를
별 준비 없이 이렇게 클릭 몇 번으로
먹을 수 있는 이 세상.
그저 고맙고 고맙고 고마울 뿐.
가게나 상점에서 사게 되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사게 되는 것이 많아진 요즘.
두둑한 월급봉투 가슴팍이 찔러 넣고
거하게 취해서 한 손에 통닭 들고
집에 들어오시는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이제오나 저제오나 오매불망 기다리다
띵동 소리와 함께 후다닥 달려 나가
받아오는 그 순간.
냉큼 받아 들고선
크리스마스 선물인양 박스를 주욱 뜯는 그 순간
이 순간.
행복하다.
물론 내일도 행복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