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이예지 양
"아빠가 전에 산타 할아버지가 쓴 거라며 편지 준 거 기억나?"
평소 질문과 달리 강력한 경고음부터 감지했다. 편지는 분명히 기억했는데 네 말투에서 무게는 주체인 산타가 아니라 객체인 아빠에게 쏠린 듯했다. 자연스럽지 않았고 어쩐지 추궁 같은 느낌에 묵비권으로 대응했다.
"한글로 '하이, 아임 산타'라고 썼잖아. 내 펜으로."
강력한 증거를 쥔 수사관 앞에 선 범죄자 마음이 이렇겠구나. 그 완벽한 줄 알았던 동심 보호 설계가 1년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낄낄거리는 네 앞에서 일단 끝까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버텼다. 진실은 산타만 알 것이라고 주장하려는데 네 옆에서 엄마가 더 크게 웃더구나. 저 공모자는 언제 수사관 쪽으로 붙었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네 생각이 어떻든 아빠는 산타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것도 아주 많이. 빨간 옷을 입고 수염을 기른 배불뚝이 할아버지를 기다리지 않는 순간부터 누구나 산타가 될 수 있다. 네가 앞으로 만날 사람, 마주칠 세상과 나눌 선물을 기대한다. 물론 아빠부터 챙기는 거 잊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