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야 오래 달릴 수 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은 다르다. 불이 뜨겁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손을 내민다.
다칠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저지른다. 상처를 입고서야 비로소, 그 감각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러닝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가벼워지고 바람이 등에 기대어 밀어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멀리, 더 빠르게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나를 휘두른다.
기록을 남기고 싶은 욕망, 한계를 넘어 보고 싶은 충동,
땀에 젖은 피부 위로 스치는 공기의 서늘한 쾌감이 뒤섞이며 속도를 높이게 한다.
바짝 마른 나뭇가지가 어느 순간 바스러지듯, 몸 어딘가에 생긴 가느다란 틈 때문에 어느 날 예고 없이 부서진다.
나 때문에 러닝을 시작한 지인이 있다. 운동신경이 타고난 친구였다.
그는 거리를 늘리는 재미를 알아버렸다. 페이스가 오르고, 자신감이 불어났고, 하루 두 번씩 뛰기 시작했다.
나는 말했다.
하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듣지 않았다기보다, 몸이 직접 겪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는 축구를 하다 기어코 발목뼈가 부러졌다. 엄밀하게 보면 축구 때문이 아니었다.
공과 무관하게 혼자 점프를 했고, 착지하는 순간 뼈가 산산이 갈라졌다.
몸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신호를 주었을 텐데,
그는 듣지 못했고 그날 뼈는 작은 점프에도 견디지 못할 지경이 되었던 것이다.
러닝을 하다 보면 쉬는 것이 아까워진다.
며칠만 쉬어도 몸이 무거워질 것 같고, 어제보다 못 달릴까 불안해진다.
타오르는 불꽃이 오래가지 않듯,
몸을 지치게 만들면 달릴 수 없는 시간이 더 빨리 찾아온다.
우리는 몸으로 기억하는 존재다. 그러므로 꼭 부서져야만 깨닫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지혜다.
그래서 러닝을 할 땐 너무 경험을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
빠르고 멀리 가는 것보다, 안전하고 오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몸을 지키는 것이 곧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그래서 우린 잘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의 나도 작은 부상이 찾아와 2주째 쉬고 있다.
멈춰야 하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까닭이다.
지금의 기억을 잊지 않고, 멈출 때 멈출 수 있는 러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