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아홉, 42.195km 출사표

2025 경주마라톤을 준비하며

by 약속의 땅


나는 달려왔다.

그러나 대회와는 인연을 맺지 않았다. 달리기를 해왔으되, 굳이 나가야 할 이유를 찾지 않았다. 나를 들뜨게 하는 동기도, 거창한 명분도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알 수 없는 마음 하나가 몸속에 붙들렸다. 느닷없는 마음이었다. 어느 날 그냥 눌러앉아 움직이지 않는 마음. 이유 없는 마음. 그 마음의 손길을 따라, 나는 작년에 처음 하프 마라톤에 나갔다. 그리고 올해, 마흔아홉의 나이에, 나는 풀코스를 뛸 작정이다.


한 번 나가 보니, 달리기의 맛은 대회 안에서 달라졌다. 도로 위에 모인 수천 명의 발소리와 숨소리 속에 내가 섞여 있었다. 그 낯선 흥분은 오래 남았다. 신청하지도 않은 대회에 끼어 뛰어들어 완주한 적도 있다.

대회는 한 편의 서사였고, 나는 그 서사 속에서 내 호흡을 확인했다. 그러나 대회 신청은 또 다른 경기였다.

클릭 몇 번이 전 국민의 발걸음을 다투듯 몰려드는 풍경. 메이저 대회의 신청 성공만으로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시대가 되었다.


사실 대회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삶 때문이다. 살아내는 일은 달리기보다 더 고된 훈련이다. 먹고살기의 일정은 언제나 달리기를 밀쳐낸다. 그래서 내게 대회는 일 년에 한 번, 연중행사처럼 찾아온다. 나는 그중에서도 ‘경주 마라톤’을 가장 아낀다. 그 도시는 내 기억과 겹쳐 있기 때문이다.


작년의 경주는 폭우였다. 출발 총성이 울리자 하늘이 터졌다. 달리는 내내 축축한 도로를 밟아야 했다. 신발 속에서 물이 흔들렸고, 온몸은 젖어 무거워졌다.


그러나 나는 달렸다. 첨성대를 스쳐 지나며,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통일호 열차에 매달려 달려왔던 시절. 수학여행의 소년이 서 있던 자리에서, 이제는 마흔아홉의 사내가 달리고 있었다. 그때는 첨성대에 기대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가이드라인이 가로막고 있었다. 시대가 바뀌었고, 세월은 흐르되, 첨성대는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그 앞을 달려 지나갔다. 그 순간, 나는 시간의 껍질을 벗기듯 지나갔다.


올해도 나는 다시 경주를 달린다. 아니 예정이다.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첨성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달라졌다. 나의 나이는 마흔아홉이고, 내 몸은 예전보다 더 무겁다. 나는 올해의 첨성대를 또 한 번 스쳐갈 것이다. 그때 나는 덜 힘들고 싶다. 달리면서도 풍경을 볼 여유가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훈련을 시작했다. 늦었다. 그러나 늦음에도 불구하고 시작한다. 주 1회의 인터벌, 템포런, LSD를 다섯 주간 이어갈 계획이다. 먹고사는 일은 매일의 훈련처럼 고단하다. 그러나 나는 그 속에 달리기를 끼워 넣는다. 훈련은 내 삶의 부업이 아니라, 나를 살아 있게 하는 본업에 가깝다. 달리는 동안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나는 작은 목표도 세웠다. 첫째, 포기하지 않을 것. 둘째, 부상당하지 않을 것. 셋째, 4시간 안에 들어올 것. 네 번째는 없다. 기록의 집착을 버린다. 그러나 4시간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1킬로미터에 5분 40초의 호흡을 유지해야 한다. 그 호흡은 내 나이와 내 몸을 시험할 것이다.


달리기는 욕심의 운동이 아니다. 그러나 욕심이 없으면 달리기도 없다. 나는 큰 욕심 없이, 큰 부침 없이, 그러나 단단히 달리고 싶다. 마흔아홉의 고개에서 나는 42.195킬로미터를 맞이한다. 이 길은 단순히 도로 위의 길이 아니다. 나의 삶이 지나온 시간이고, 내가 넘어야 할 언덕이다. 나는 이 언덕을 달려 넘을 것이다. 끝내 완주하는 그 순간, 나는 내 삶의 또 한 고개를 넘는 것이다.


오늘의 훈련

-워밍업 3k

-인터벌 800m*5회, 휴식 200m

수요일 연재
이전 08화달리기 창고 2_매일 달려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