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남편은 더 스윗하다는 편견
남편은 남의 편이다. 특히나 서양남편은 더 더욱
눈에 콩깍지가 씌었던 시기가 지나갔다. 남편과 나는 결혼 전, 초초초 장거리 연애를 하며, 3달에 한 번씩 만났다. 어쩌다 한번씩 만나니, 당연히 애틋한 마음에 좋은 것만 보이고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어도 여기까지 날 위해 그 먼 거리를 온 사람에게 좋은 얘기만 해주고 싶은 것은 당연했다.
서로 오랜 기간을 자주 만나면서 속속들이 알고 있는 커플도 장점이 있고 나름 단점도 있겠지만, 우리는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3개월에 한 번씩 1년 반을 보고 결혼을 했다. 7번을 보고, 그것도 지구 반대편의 나라로 날아가는 큰 결심을 한 것이다.
한국사람들도 남편은 남의 편이라고 하는 판에, 벨기에에서 나고 자란 와플국남편씨는 남의 편+ 남의 나라 인간이었다. 콩깍지가 벗겨지니 서로의 다름이 여실히 느껴졌다. 문화차이, 개인의 성격 차이를 너무 간과했다.
와플국남편씨는 음악 하는 자이다. 태생이 여유롭고 스트레스받는 것도 싫어하며, 본인의 즐거움을 방해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나는 뭔가를 결심하면, 죽기 살기로 하며, 게으른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야말로 개미와 베짱이가 따로 없다.
신혼 6개월간은 정말 피가 터지게 싸웠다. 그래봤자, 그 서양인 특유의 여유로움과 이성적인 척하는 태도로 나만 미친 여자가 된 것 같았지만 말이다. 게다가 그놈의 개인주의... 결혼을 했으면 망망대해에서 같은 배를 탄 한 팀인데, 자기 즐거움을 포기하려고 결혼한 것은 아니지 않냐는, 터진 입으로 이런 막말을 해서 싸우기도 했다. 밥 먹은 지 몇 시간이 지났는데 손가락 까딱 안 하고 그냥 먹고 난 그대로 둬서 싸운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자기 혼자 살 던 그 버릇 그대로 결혼 후에도 살고자 하니, 싸울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손가락 까딱 안 하니 설거지도, 요리도 내가 하기 시작했다. 조선멘탈 아버지에게서 탈출을 했더니 베짱이가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신 와플국남편은 술도 좋아하신다. 결혼 1년 반 정도 지났을 때 결국엔 사달이 났다. 일주일에 세 번을 아침 7시까지 술을 드시고 친구한테 남편 데려가라고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그 길로 정말 말 그래도 빡이쳐서 짐을 싸서 친구집으로 갔다. 3일간 전화도 받지 않았다. 4일째에 내가 너무도 실망했으며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했다. 와플국남편씨는 친구집 앞으로 와서 정말로 싹싹 빌었다.
그때 놀랐는지, 술을 먹는 빈도는 확실히 줄었다.
결혼 15년 차인 작년에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개미와 베짱이 놀이에 진력이 나서, 반년동안 부부상담을 받기도 했다. 사람은 못 고쳐 쓴다고 했다. 여전히 베짱이이고 여전히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노력하는 게 보여서 아는 놈을 고쳐 쓰는 게 최선이라 생각하고 살고 있다.
자, 그래서 본론은 서양남자가 스윗하고, 집안일을 칼 같이 반반 씩 나눌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나라와 국적을 불문하고 사람은 다양하고 성격도 다양하다. 한국과 다름없이 이곳에도 여러 종류의 남자가 있다. 그러므로 스윗한 서양남자에 대한 환상을 접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