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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코더 Feb 18. 2021

글쓰기라는 기계적인 노동

척 클로스에게 배우는 "기계적인 글쓰기"

척 클로스의 영감



 "영감은 아마추어들이나 찾는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미술가이자 사진가인 척 클로스는 건강하지 못한 신체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게다가 난독증이 심해 학습장애까지 겪은 그였지만 전문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하고, 노력하여 워싱턴 대학에 편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노력으로 예일대학교를 입학한 작가입니다. 그의 미술 작업도 역시 특유의 열심히 깃들어져 있습니다. 그가 그린 그림은 아주 세밀하고, 정밀합니다. 프린터가 픽셀을 찍어내어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극사실주의 그림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갑니다.


 하지만 1988년 척추 동맥 파열로 쓰러지고 사지가 마비되는 시련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척 클로스 느 이에 넘어지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냅니다. 휠체어에 앉아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한 붓을 자신의 손에 고정하고, 캔버스의 위치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작업대에서 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붓 터치를 디지털로 만들어 컴퓨터에 브러시(brush) 도구로 만들고 자신의 그림 기법을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초상화를 만드는 방법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아마추어들이 영감을 기다릴 때 프로는 작업을 시작한다"



영감을 기다리는 저녁 작가


 글쓰기를 하고 싶지만, 바쁘다는 친구의 변명을 들어 보았습니다. 회사 일을 마치는 시간은 저녁 6시, 칼퇴를 해도 저녁을 먹고 샤워로 몸을 씻어내면 사회로부터 해방된 시간은 약 오후 8시, 아침 6시에 일어나기 위해, 최소한 수면 시간을 위해 자야 잠자리에 누워야 하는 시간은 11시라고 합니다. 가끔은 글감이 떠올라 30분 만에 글을 쓰는 날도 있지만, 좀처럼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글쓰기를 종교적 경험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꽤 많은 거 같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주체하지 못할 영감이 나를 사로잡아서 감정이 극에 달해 격렬하게 써 내려간 글이 작품이 되어 탄생하는 신화 속의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척 클로스는 우리에게 외칩니다.  


"영감이 떠 오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움직여라"



글쓰기는 기계적인 노동이다.

 

 어릴 적 친구를 따라 박스를 테이프로 포장하는 공장 당일 알바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이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단순 노동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노동의 형태에는 "숙련공"이라는 장인들이 생겨납니다. 제가 하나의 박스를 테이프를 붙여 완성할 때, 오래된 경험을 축적한 숙련된 노동자는 남들보다 10배는 빠르고 정확하게 또 튼튼하게 박스를 만들어 냅니다. 마치 박스를 만드는 아티스트처럼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비록 단순한 업무였지만 그 안에서도 생성된 경험은 대가들을 탄생시킵니다.


  가끔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글쓰기는 예술이 아닌 그저 노동"이다. 친한 작가들에게도 이런 투정을 부리면 그들도 입을 모아 언제나 같은 말을 하곤 합니다. "글쓰기는 노동이다." 글을 쓴다는 것도 결국 한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축적한 숙련공이 되는 과정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릴 적 티브이에서 봤던 수도승과 제자의 대화를 다루면서 글을 마칩니다.



한 제자가 수도승에게 물었습니다.

"기도가 잘되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야 합니까?"


수도승은 1초에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였습니다.

"기도가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십시오."


제자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기도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수도승은 역시 1초에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였습니다.

"기도를 잘하게 해달라고 기도 하십시오."


"글쓰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쓰기를 잘할 수 있도록 글쓰기를 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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