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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코더 Mar 14. 2021

글쓰기와 일을 동시에 연주하는 방법

'하면 된다' 자신감이 만드는 저녁 글쓰기

문학의 수도승



 일본의 대표 작가 마루야마 겐지(丸山 健二)는 100여 권의 책을 집필한 작가입니다. 1966년 회사가 부도에 처하자 생계 수단으로 <여름의 흐름>이라는 책을 쓰고, 그 해 신인문학상과 아쿠타가와상을 수상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고향으로 귀향하여 집필에만 몰두하는 '문학의 수도승'이라는 별명이 붙은 작가입니다. 그가 밝히는 글쓰기 비법은 이렇습니다. 


"뭔가를 이루고 싶다면, 독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가족, 직장, 나라에 의존하며 살다 보면, 내가 왜 사는지,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된다. 그러다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엄살이나 피우고. 인간이라면 목적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간단한 목적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이룰 수 있는 궁극의 목적."


 평소에 마루야마는 'TV에 출연하고, 강연하면서, 정치까지 하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는가?'라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작가로 유명합니다. 그는 항상 목적에 대한 확고한 의식을 두라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마치 최전방에서 전투를 준비하는 병사들에게 죽기를 각오하라는 지휘관의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새벽 4시 기상. 간단하게 삶은 계란 두 알로 아침을 먹은 뒤 내리 3 시간 쓴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명절도 없다. 스물세 살부터 계속해온 50년째의 글쓰기 습관이다. 내가 100권 넘게 책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다음에는 정원에 물을 주고 꽃과 나무를 가꾼다. 인간의 뇌는 두 시간 넘게 같은 일을 하면 지루해한다. 비가 오면 물 안 줘도 되니까 낮잠 자고, 겨울에는 눈을 치운다. 밤 10시에 잔다."


 그리고 매일 쓰는 습관 무려 50년을 이어온 글쓰기 습관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어 왔다고 합니다. 쉬는 주말이나, 명절에도 예외 없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실력 향상을 원한다면 매일 쓰라고 조언합니다. 스스로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고, 실천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소설가들에게는 살아있는 교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기타와 건반을 동시에 연주하기


 뭔가 이루고 싶다면 독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마루야마의 독한 쓴소리는 오늘도 우리를 서재로 몰아갑니다.  하지만 저녁 작가가 지친 하루 할 수 있는 최선의 변명은 '그래도 일은 하고 있으니'라는 자기 위로입니다. 저도 간혹 이런 유혹에 빠져 듭니다. 지독하게 바빴던 하루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극기훈련을 다녀온 것처럼 몸은 지쳐있습니다. 어렵게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하고 나면 침대가 보이면서 고민이 시작됩니다. 가끔은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까지 생각의 깊이가 내려갑니다. 


 사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낮에는 일을 하면서 모든 열량과 체력을 소비하고, 집에 와서는 작가처럼 글을 쓰는 걸 비유해보면, 마치 밴드에서 한 손으로는 기타를 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건반을 치고, 노래도 하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 가능한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허언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은 아닌 거 같습니다. 2011년 인디밴드의 최강자를 가리는 'TOP밴드'라는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톡식'의 리더 '김슬옹'은 왼손으로는 일렉기타를 치고, 오른손으로는 키보드를 연주하고, 스탠딩 마이크를 이용해 노래까지 동시에 합니다. 밴드의 최소 기본 인원은 3명입니다. 하지만 2인조 밴드를 추구하는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양손을 이용한 연주입니다. 일렉 기타는 특성상 스트로크를 하지 않고 줄을 튕겨주지 않아도, 손가락 압력만으로 이펙터를 통해 소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 원리를 이용해 기타를 연주하고, 남은 손으로 신디 사이저를 연주하면서 기필코 원하는 화음을 결코 만들어 냅니다.



사실해보면 어렵지 않습니다.


 도전이란 녀석은  여러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는 것처럼 '불가능'이라고 생각하던 것들이 사실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도 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을 직접 해보지 않는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어떻게 회사 다니면서 글을 써서 책까지 내? 대단하다!" 저녁 작가가 되면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작가로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이미 묵묵히 해오는 일들이고, 매일 저녁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놀랄 일도 힘든 일도 아니란 건 느낍니다. 


 물론 처음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한 손으로는 밥을 먹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보는 일처럼 자연스럽고 어울리는 한쌍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만 필요한 건 저녁 작가로 글을 쓸 수 있다는 '정신력'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저 노트북을 켜고, 메모 프로그램을 켜고 깜빡이는 커서가 주는 체면에 빠져 보는 저녁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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