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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코더 Nov 10. 2020

"꿈"이 있어 아름다운 저녁 작가

저녁 9시 저녁 작가의 무대는 시작된다. 

아름다운 저녁 작가 김동식



 성수동에 있는 한 지하 주물 공장에서 시끄러운 굉음과 먼지 속에 한 남자가 벽을 바라본 채 국자를 듭니다. 안에는 아연 국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이어 금형틀에 한가득 부어 넣습니다. 둥그런 철판 틀이 빙글 돌고 단추, 지퍼, 구두 장식, 허리띠 장식이 만들어져 나옵니다. 매일 9시부터 6시 10년 동안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깁니다. 생각이 상상을 만들어 한 단락을 만들 때쯤 다시 국자를 들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그 좁은 공간 속에서 김동식 작가는 수많은 생각에 잠기고 잠겼습니다. 국자를 드는 횟수만큼 세상에 없는 참신하고 기괴한 스토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그 영감을 그대로 온라인에 꾸준히 옮겨왔고 네티즌들은 작가의 상상력에 매료되어갑니다. "아무튼, 망원동"을 펴낸 김민섭 평론가님에 의해 추천되어 지금은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 평범한 저녁 작가는 매일 저녁 글을 써서 발행했습니다. 하루에 수백 번 쇳물이 흘러들어 가 여러 부자재를 만들어 가는 거처럼 3일에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저는 작가님이 어느 자리에 있었던 좋은 달란트를 가지고 훌륭한 작품을 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10년 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며 그곳에서 주는 영감을 놓치지 않고 꾸준한 저녁 글쓰기로 오늘날의 김동식 작가를 만들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조물 공장을 그만두고 전업작가 생활하면서 더 좋은 작품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꿈이 있어 아름다운 저녁 작가


 저녁 작가의 꿈은 아름답습니다. 자신이 일하는 위치와 상관없이 저녁마다. 서재에 앉아 자신의 꿈을 글에 실어 옮깁니다. 모든 사람이 글쓰기로 김동식 작가처럼 드라마틱한 인생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녁 작가의 꿈이 정말 아름다운 건 도전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글쓰기는 참으로 공평합니다. 몇십, 몇백만 원 하는 취미와 달리 인터넷만 되는 노트북 한대면 충분합니다. 악기는 가격에 따라 내는 소리가 다르지만 자판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자판소리로 같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같은 성능 좋은 컴퓨터에서 돈을 주고 쓰고 기능을 익혀야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필요 없습니다. 메모장이 돌아가는 저렴한 넷북 한대면 준비 완료입니다. 디지털로 작성된 작가의 작품은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집니다. 


 독특한 감성으로 1년 만에 월 천만 원에 매출을 버는 웹소설 전업작가, 10만 부 책만 몇 권이나 발행한 베스트셀러 작가 등 유튜브를 보니 멋지게 성공하여 이름을 날리는 작가님들이 영상을 찍어 노하우를 전하고 있습니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화려하게 데뷔하여 빼곡히 쌓여 있는 출간된 책과 상들을 보면 하루 3시간으로 나도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의기소침합니다. 하지만 도전도 역시 공평합니다. 오히려 바쁜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나오는 생각이 우리를 더 특별한 작가로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화려한 주인공들이 퇴장하고 불 꺼진 무대 위 구석진 모퉁이에 조명이 켜집니다.  안방에는 연속극이 시작되고 호프집에는 건배가 넘칠 때 이제 시작입니다. 저녁 작가의 무대는 저녁 9시 서재 위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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