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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아빠 Jan 31. 2023

열심히 안 해도 돼요. 그냥 해요 우리. (9)

일단은 그냥 저질러 봐요

그냥 하기의 강점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의 도움 없이도 나 스스로 움직이고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의지만 있다면 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 또한 존재하지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협업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냥 하기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언젠가 강단에 서서 강연을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제가 가진 지식을 공유하고 싶었고 이로 인해 다른 분들이 좋은 영향을 받으면 그것보다 보람찬 일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강연이란 것은 혼자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라 그냥 하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거나 블로그에 글을 쓸 수는 있지만 불특정 대상인 데다가 그 영향도 미비할 것 같았습니다. 


한참이 지나 강연을 하고 싶다는 다짐도 희미해지고 있던 어느 날 LinkedIn으로 DM이 한통 도착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직무의 콘퍼런스가 열리는데 연사로 참여해 주실 수 있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순간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머릿속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전에 저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네 하겠습니다"




이제 턴은 저에게 넘어왔습니다.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잘할 수 있을지 못할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데로 그냥 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지를 알기 위해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나열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라면 이 중에 비용을 지불하고 듣고 싶은 게 어느 것일까를 고민한 뒤 어떠한 주제로 강연을 할지 선택했습니다. 강연의 주제가 정해지니 내용을 작성하기 수월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후에 30장의 ppt문서를 만들었습니다. 


주말 동안 쉰 뒤에 다음 주에 해당 문서를 읽어보았습니다. 아뿔싸 내용이 엉망입니다. 다음장으로의 내용 흐름도 매끄럽지 않았고 주제와 상관없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콘퍼런스 최종 자료제출은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발만 동동 구르거나, 마음속으로 어쩌지 어쩌지 만 연발 하거나, 머리를 쥐어짜며 후회하는 행동들은 지금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바로 했습니다. 


필요 없는 내용을 가차 없이 지웠습니다. ppt양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입니다. 이게 옳은 방향이므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열심히 썼는데 아깝다는 생각도 지금 필요 없는 행동입니다. 우리는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후회하거나 고민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양분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밭에 있는 자갈들일뿐입니다. 가차 없이 걸러내야 합니다. 삭제는 완료했습니다 이제 수정을 해야 합니다. 다시 목차를 보고 내용을 바로 잡습니다. 어느 정도 흐름이 유지되도록 다시 작성합니다. 다 완료하고 나니 오히려 양이 35장으로 늘었습니다. 최종 제출까지 2일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상황은 2가지였습니다. 주제와 내용이 일치해야 하며, 내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어야 하는 것이죠. 내용을 쓰기 위해서는 제 머릿속에 있는 걸 다 끄집어내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거침없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그냥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준으로 생각하는 2가지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다음 액션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저를 의심하거나 미래를 생각하며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죠.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데로 계속 그냥 해 나가면 되는 거였으니까요.

의심하고 두려워하지 마세요. 정작 그런 상황이 오면 그때 대응하면 됩니다. 지금은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모내기를 하면서 가을 추수 때 사람일손이 부족할지를 고민하지 않습니다. 빨리 모를 심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우리도 미리 겁먹고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면 됩니다.


콘퍼런스 발표 날이 다가왔습니다. 이상하게 떨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금 흥분되었습니다. 제가 너무 기다리던 시간이었으니까요. 실제 발표 때도 떨리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질문 시간 때는 즐겁기까지 했습니다. 질의응답 게시판에 유익한 내용이어서 고맙다는 글을 보았을 때는 정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처음 연사를 맡아달라고 했을 때 한참을 고민하다가 거절해 버렸다면 이런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요?

고민만 하면서 발표자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가 허겁지겁 만들어서 발표했다면 제가 이렇게 만족할 수 있었을 까요?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집중을 해야 하는 다양한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집중이란 것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다 보니 계속해서 집중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그냥 하기입니다. 하기 싫은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하기 싫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게 그냥 나를 해야 하는 순간으로 밀어 넣어야 합니다. 그렇게 했더니 저는 너무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냥 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아직 해보지 않아서 그렇게 느껴질 뿐입니다. 혹은 하고 있는데도 그냥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는 것처럼 말이죠.


책을 읽고 싶으시면 그냥 서점에서 바로 책 1권을 사서 와보세요. 운동을 하고 싶으시면 헬스장을 등록해 보세요. 읽은 책을 보지도 않을 수도, 등록한 헬스장을 몇 번가고 안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다음에 그것이 생각날 때 반드시 그것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을 사놓고 보지 않고 있다가 우연히 그 책을 발견하면 그 책을 읽어봐야 합니다. 운동을 쉬다가 헬스장에서 행사나 안부문자가 와서 생각이 난다면 헬스장에 바로 가면 됩니다. 실패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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