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파파 Jan 15. 2023

아내의 마지막 출근

기약 없는 여정

2018. 11. 15. 출산을 위해 퇴사를 준비하는 아내의 출근길. 시간이 지날수록 피곤해지는 몸은 외모를 치장하는 사치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게임의 세계에선, 다음 레벨로 진행하기 위해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의 삶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Lv10. 입시

Lv20. 취업

Lv30. 결혼과 출산

Lv40. 내 집 마련


각 단계마다 마주하는 도전과 미션이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런 틀에 박힌 게임에 편승하고 싶지 않아 자신만의 캐릭터를 육성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주어진 미션을 좀 더 잘 수행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출산을 준비하는 아내도 곧 다음 레벨을 위한 또 다른 선택을 했다. 

선택을 했다고 표현하지만 주어진 보기는 하나뿐인 선택이었다. 


내 아이에게 좀 더 집중하기 위해서 그리고 부모의 역할에 좀 더 최선을 다하고 싶어

아내와 나는 외벌이를 결정했고 이제 아내의 출근은 며칠 남지 않았다. 


그런 아내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이

오늘따라 유독 가슴이 아려온다.



2018. 11. 15. 아내는 언제 다시 사회인이 될지 알 수 없는 기약 없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달콩아. 요즘 아빠는 엄마와 함께 출근 중이란다. 

달콩이가 자라면서 엄마가 먹는 것을 힘들어해 

그래서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엄마의 출근길에 수고를 조금 덜어주거나 

먹고 싶은 것들을 준비하는 것뿐이란다.

늘 달콩이 엄마에게 미안한 것들이 많아 

그럼에도 엄마는 달콩이를 위해서 씩씩하게 하나하나 잘해나가고 있단다.

 달콩이도 건강하게 잘 자라 줄거라 믿어. 


오늘은 출근길에 엄마 사진을 찍었단다. 

몰골이 엉망이라고 찍지 말라는 엄마지만 아빠의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마운 모습이라

문득 잘 간직해 두었다가 나중에 달콩이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달콩아 엄마와 아빠는 달콩이를 위해 늘 기도한단다. 

우리 곧 건강하게 만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