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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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남편 아침밥은 챙겨주고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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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남편은 아침밥을 안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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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진짜 좋은 남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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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침밥을 먹어야 하는데, 남편이 아침밥을 안 챙겨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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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안타깝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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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하는 사람은 전데, 왜 제 남편 아침밥만 걱정해주시나요..' (이건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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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차 워킹맘인 나는 아이들의 아침밥을 절대 빼먹지 않는다. 간단하게 고구마/ 단호박/토스트를 먹이는 경우가 있더라 꼭 챙겨 먹이는데 그 이유는 우리 아들들은 식탐이 굉장히 강해서 눈뜨자마자 아침을 먹어도 잘 먹으며,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의 간식시간까지 또는 유치원의 점심시간까지 아무것도 먹을 수 없으니 아침을 든든하게 먹여 기분 좋게 등원시키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랄까? 또, 나는 어릴 적 한 번도(내가 기억하는 한) 아침을 걸러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프시면 아빠가 김밥을 사서 손에 들려 보내시는 분이라 늘 아침은 든든하게 먹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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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아침을 먹지 않는다. 이유는 아침밥을 먹을 시간에 5분이라도 더 잠을 자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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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현모양처라면 남편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 굶지 않고 출근할 수 있겠지만. 아침은 나도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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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에는 다행히 아이가 한 명이어서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아이를 깨워 씻기고, 아침을 먹여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출근을 하는 일상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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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에는 재택근무로 출근하는 시간이 줄었지만 아이가 두 명이 되니 씻기고 먹이고 입혀서 등원을 시키는 건 여전히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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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은 아빠들 사이에서도 육아 참여도가 높아 박수를 받는 사람이지만 출근 시간이 빠르니 아침 등원 준비는 출근시간이 좀 더 여유 있는 나의 몫이다. 아이러니한 건 어릴 적부터 아침을 거의 거르고 다닌 적이 없는 나는 아침을 먹을 여유가 없다. 하하하… 그렇다고 아침을 거르는 남편이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죄책감이나 미안함 (느껴야 하나?)보다는 건강을 좀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은 막연한 걱정이 늘 마음속에 남아 있다. (솔직히 스스로 건강을 잘 챙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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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팀원들끼리 밥을 먹다 '아침밥'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다른 분들은 아내가 아침밥을 잘 챙겨주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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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 팀에 워킹맘은 나뿐이라서(그냥 여자가 나뿐) 그런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굉장히 황당했지만 사람들은 내가 비난받지 않고 남편이 칭찬을(?) 받아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는 분위기였다. 마지막 나의 말에 모두들 조금 놀랐다. 그리곤 '그건 안타깝네~'라는 가벼운 말 한마디로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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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 하지만 아내가 아침밥을 차려야 하는 룰 같은 게 있는 건가 아니면 누가 누가 아침밥을 잘 얻어먹고 다니나 같은 경쟁 심리인 건가. 사실 이해는 잘 안 되지만 괜스레 마음이 쓸쓸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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