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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나이 Sep 08. 2021

우리 남편은 아침밥을 안 먹어요.

나는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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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남편 아침밥은 챙겨주고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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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남편은 아침밥을 안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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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진짜 좋은 남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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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침밥을 먹어야 하는데, 남편이 아침밥을 안 챙겨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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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안타깝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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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하는 사람은 전데, 왜 제 남편 아침밥만 걱정해주시나요..' (이건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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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워킹맘인 나는 아이들의 아침밥을 절대 빼먹지 않는다. 간단하게 고구마/ 단호박/토스트를 먹이는 경우가 있더라  챙겨 먹이는데  이유는 우리 아들들은 식탐이 굉장히 강해서 눈뜨자마자 아침을 먹어도  먹으며,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의 간식시간까지 또는 유치원의 점심시간까지 아무것도 먹을  없으니 아침을 든든하게 먹여 기분 좋게 등원시키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랄까? , 나는 어릴   번도(내가 기억하는 ) 아침을 걸러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프시면 아빠가 김밥을 사서 손에 들려 보내시는 분이라  아침은 든든하게 먹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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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아침을 먹지 않는다. 이유는 아침밥을 먹을 시간에 5분이라도 더 잠을 자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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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현모양처라면 남편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 굶지 않고 출근할 수 있겠지만. 아침은 나도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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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에는 다행히 아이가 한 명이어서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아이를 깨워 씻기고, 아침을 먹여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출근을 하는 일상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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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에는 재택근무로 출근하는 시간이 줄었지만 아이가 두 명이 되니 씻기고 먹이고 입혀서 등원을 시키는 건 여전히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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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남편은 아빠들 사이에서도 육아 참여도가 높아 박수를 받는 사람이지만 출근 시간이 빠르니 아침 등원 준비는 출근시간이 좀 더 여유 있는 나의 몫이다. 아이러니한 건 어릴 적부터 아침을 거의 거르고 다닌 적이 없는 나는 아침을 먹을 여유가 없다. 하하하… 그렇다고 아침을 거르는 남편이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죄책감이나 미안함 (느껴야 하나?)보다는 건강을 좀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은 막연한 걱정이 늘 마음속에 남아 있다. (솔직히 스스로 건강을 잘 챙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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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에서 팀원들끼리 밥을 먹다 '아침밥'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다른 분들은 아내가 아침밥을 잘 챙겨주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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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 팀에 워킹맘은 나뿐이라서(그냥 여자가 나뿐) 그런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굉장히 황당했지만 사람들은 내가 비난받지 않고 남편이 칭찬을(?) 받아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는 분위기였다. 마지막 나의 말에 모두들 조금 놀랐다. 그리곤 '그건 안타깝네~'라는 가벼운 말 한마디로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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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 하지만 아내가 아침밥을 차려야 하는 룰 같은 게 있는 건가 아니면 누가 누가 아침밥을 잘 얻어먹고 다니나 같은 경쟁 심리인 건가. 사실 이해는 잘 안 되지만 괜스레 마음이 쓸쓸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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