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가장 찬란하고 빛나던 모습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그 시절 속에 있었다는 것도 좋고, 평생을 꺼내어 볼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음악
-안재욱 (친구)
(50) 안재욱 - 친구(朋友) [가사/Lyrics] - YouTube
사연
“20대의 나를 기억해 줄 사람이 너라서 너무 다행이야”
2025년 최고의 화재작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수많은 명대사가 나옵니다.
그중 금명이가 영범이와 이별하는 장면에서 하는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20대, 금명이의 인생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기에 옆에 있어준 사람이 영범이었습니다.
제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금명이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영범이었습니다.
금명이와 영범이는 7년을 만났고, 헤어지는데 1년을 썼다고 할 정도로 서로를 애끓어하면서 여한 없이 마음이 쓰면서 헤어졌고 합니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나 생각해 봅니다. 온전히 나의 20대를 기억해 줄 이가 누구였는지?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몇몇이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나의 20대를 함께 했던 이는 지금 옆에 없습니다. 분명 20대에서는 거의 매일 만났는데, 그리고 나의 모든 걸 공유했는데 지금은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입니다.(참고로, 영범이처럼 남자친구는 아닙니다.)
좋아하는 취향이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이라고 하기에도 부족할 정도였다고 감히 말해봅니다.
짝사랑하는 남자를 공유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쓰는 소설에 악플을 쓰기도 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팬의 마음으로 본인보다 더 흥분해서 욕 해주고, 그 행동은 분명 ‘그린라이트다.’라고 하면서 너만의 감정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도 자주 해줬습니다.
하염없이 걸으면서 쉬지 않고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일 보는데도 할 말이 그렇게도 많았을까 싶을 정도였는데 말이죠. 무슨 대화였는지는 하나도 기억도 나지 않는 이 시점에서는 그저 웃음만 나옵니다.
인사동과 삼청동을 좋아해서 안국역에서 만나서 종로까지 걸어 다니면서 5천 원짜리 티를 사면서 좋아했던 우리 둘은 나중에 결혼해서도 같은 동네에 살면서 지금처럼 살자고 다짐도 여러 번 했습니다.
때론 언니처럼, 때론 동생처럼, 때론 남자친구처럼 챙겨주고 챙김을 받으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각자 남자친구가 생겼어도 만나는 횟수는 줄었어도 마음은 여전히 나누면서 지냈습니다.
그런 친구가 지금은 옆에 없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게 아닙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연락하는 횟수가 줄면서 연락을 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볼 수 있는 20분 거리에 살고 있다는 건 안 비밀입니다.
지금이라도 카톡으로 ‘뭐 해?’라고 보내면 수다 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누구도 먼저 연락하지 않습니다. 다시는 안 볼 만큼의 큰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저 아쉽습니다. 아주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도, 20년 전보다 나눌 마음이 더 많이 있음에도,
그렇게 각자의 삶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찬란한 20대를 기억한 채.
오늘은 유난히 그 친구가 생각이 많이 납니다.
음악
-김태우(기억과 추억)
(50) 김태우 - 기억과 추억 (Feat. 준형, 호영, 데니) - YouTube
클로징
친구에게 연락할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용기까지 내면서 연락할 사이라고 생각하니 서글퍼집니다.
그래도 친구와 제가 함께 한 20대의 추억은 마음에 있습니다. 그 마음으로 오늘의 서글픔을 달래 봅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