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주말 동안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월요일이기도 하고,
주말 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힘찬 마음으로 시작하는 월요일이기도 합니다. 어떤 월요일을 보내셨나요?
음악
-10CM (아메리카노)
(50) 10CM - 아메리카노 [가사/Lyrics] - YouTube
사연
어제 집에 돌아오니 자정이 다 되었습니다. 오후 1시에 편의점에서 라면과 삼각김밥을 먹은 게 전부이다 보니 들어오는 길에 치킨을 시켜서 가지도 픽업을 해왔지만 너무 피곤해서인지 잘 먹히지 않아 딱 2조각을 뜯고, 젓가락을 내려놨습니다. 먹고 나면 배가 더부룩한 채 잠자리에 들기 힘들어 안 먹은 게 더 큽니다.
오늘 아침에는 몸을 일으키는 게 100Kg 역기를 드는 것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알람이 울려서 끄기는 했는데 바로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잠들면 안 된다고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었지만 몸은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모두 일어날 수 없다는 책임감이 저를 일으켰습니다. 화장실로 가기도 전에 커피물을 올리고, 가장 진한 원두를 꺼냈습니다. 드립으로 마셔야 그나마 몸을 움직일 수 있을 거 같아서.(평소에는 캡슐 커피로 연하게 마십니다.)
집에 있는 가장 진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고, 모닝 루틴을 하고, 남편을 깨우고, 아이의 아침을 준비하고 학교를 보냈습니다.
아이가 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 뻗었습니다. 세탁기도 돌려야 하고, 집 정리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어서 잠깐 누운다는 걸 깨어보니 40분이 지나있었습니다.
화들짝 놀래서 옷만 대충 챙겨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집 앞 커피숍으로 나왔습니다. 오늘은 도피오에 샷추가를 했습니다. 쓰리샷이라는 말이죠.
항상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저를 알아보시는 사장님께서 “무슨 일 있으세요? 쓰리샷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으셔서, “네, 오늘은 이렇게 안 마시면 아무것도 못할 거 같아서요.”라고 대답했다.
쓰디쓴 쓰리샷에 약간의 찬물을 타서 원샷을 해 버렸습니다. 그래야 하루를 버틸 수 있을 듯하여.
효과는 직빵이었습니다. 쓰리샷의 힘으로 세탁기도 돌리고, 거실도 치울 수 있었고, 일도 할 수 있었습니다. 대신 심장의 두근거림이라는 카페인 과다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함께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오늘은 도피오에 추가한 샷으로 하루를 살아냈습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인데 아직도 연휴가 시작하려면 3일이나 버텨야 하는데.
아닌가요? 3일만 버티면 되는 건가요?
주말은 그동안의 피로를 풀고, 다음 주를 잘 버티라고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라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얼추 맞는 말입니다. 아주 가끔 있는 주말의 이벤트로 맞는 월요일의 후폭풍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다음 주말에 아무런 일이 없다 하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 피로는 당분간 저와 함께 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저에게는 도피오가 있으니까요.
거기에 샷추가는 필수이고요.
그렇게 버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아직은요.
음악
-박효신 (그날)
(50) The Day (From "Mr. Sunshine", Pt. 1) (Original Television Soundtrack) - YouTube
클로징
커피가 없었다면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 하니 아찔합니다. 비록 저질 체력이 버틸 수 있는 힘이 커피지만, 커피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살면서 힘들 때 버틸 수 있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면, 최고는 아니지만 최악은 피하는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