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지난여름 열일을 하던 에어컨이 이제 쉴 수 있나 봅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기운이 돌고, 한낮에도 햇빛이 전처럼 뜨겁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가을이 오고 있나 봅니다.
음악
-아이유 (가을 아침)
(42) 아이유(IU) - 가을 아침 [가사/Lyrics] - YouTube
사연
독서 모임에서 필사를 하고 인증하는 곳이 있습니다. 매일 새벽마다 필사를 하면서 조용히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합니다.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이라 생각하니 이른 새벽이 눈이 저절로 떠질 정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증을 하고 난 뒤에 마음이 많이 불편해집니다.
매일 멤버들이 인증하고 나서 댓글이나 이모티콘을 남겨서 서로를 독려하는데 그 과정에서 새벽에 평온했던 나의 마음은 무너지고 맙니다.
다들 형식적이지만 이모티콘을 남기면서 ‘나도 너의 글을 읽었다’라고 암묵적 명시를 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한분이 저의 글을 읽고 나서 무반응으로 대응합니다.
읽은 횟수가 표기되기에 그분이 읽었다는 건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 글에만 유독 무반응입니다.
다른 회원분들께는 이모티콘과 함께 간간히 댓글도 남기면서 저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바쁘셔서 그랬나 보다라고 넘겼는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행동이 계속되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 다른 회원분께서 “OO 씨랑 뭔 일 있어? 자기가 알지 모르겠지만 자기 글에만 유독 박하게 구네.”라는 말씀을 하고 나니 ‘아, 나만 느낀 게 아니었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의 소리와는 다르게 말했습니다.
“아니요, 아무 일 없는데요. 어제도 단지 앞에서 우연히 만나서 인사하고 헤어졌는데요.”라고.
정말 아무 일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소모 중입니다.
‘나는 꼬박꼬박 너에게 이모티콘을 날리는데 너는 왜 나에게만 안 남기지?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하지.
왜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대놓고 나를 싫다고 광고를 하는 거지? 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냐?’ 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지는 못하고 나 자신을 책망하면서.
그렇다고 똑같은 행동을 할 용기도 없습니다.
그건 내가 못난 사람이라고 인증하는 모습이라 더 견딜 수 없습니다.
그게 뭐라고 못난 나를 직면해야 하나요?
그게 뭐라고 이렇게 감정소모를 해야 하나요?
왜 그러냐고 물을 자신도 없고, 신경 쓰지 않을 용기도 없는 상황이 참 싫습니다.
그저 새벽시간에 온전히 나에게 주는 평온한 시간을 남에게 방해받지 않고 싶습니다.
과연 그런 방법이 있을까요?
제 얘기를 들은 한 언니는 말합니다.
“그 사람은 너를 질투하는 거야. 네가 책도 많이 읽고,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꾸준함을 부러워하는 거야.
자기는 그렇게 해 낼 자신이 없으니 너를 끌어내려고 하는 거니깐 신경 쓰지 마. 그 사람 때문에 네가 일부로
필사 인증을 안 하거나 책을 읽지 않는 행위는 할 수 없잖아. 그런 사람은 그냥 없다 생각하는 게 제일 편해.”
위로가 됩니다.
내가 우월하다는 게 아니라 나의 꾸준함을 누군가는 알아주는 순간이라서.
아예 신경을 쓸 자신은 없지만 옆에서 나를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기에 오늘도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소모된 감정이 채워지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으로 내일 아침에도 다시 인증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음악
-임재범 (위로)
(42) 임재범 (Yim Jae Beum) - 위로 (Consolation) MV - YouTube
클로징
나에게 집중하면 다른 사람들이 안 보입니다.
다른 사람을 보지 말고 나를 봐주고, 내가 하고 있는 생각에 집중하다 보면
덜 힘들 거라 믿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