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타임, 이제는 잠시 멈춤_1
사람의 얼굴은
유전적으로 타고나기도 하지만
살아가는 도중에 자신의 성격대로 자신의 이미지대로
변해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내 얼굴의 변천사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마치 매일 가는 산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면 그 풍경이 바뀌듯 얼굴도 나이에 따라서
그 풍경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굴은 그 사람의 역사이며 살아가는 현장이며
그 사람의 풍경인 것이다.
- 최인호의《산중일기》중에서 –
“거침없이 유쾌하게 나는 매일매일 모든 면에서 좋아지고 있다.”
내가 아쉬워하는 것은 당신과 나는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야. 부부나 커플이면서 극장에 자주 안 가는 커플 중에 Top 순위에 속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같이 본 영화가 손에 꼽을 정도잖아. 앞으로 시간이 가면서 같이 볼 영화의 장르를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야. 당신이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 같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개봉하는 영화가 별로 없네. 오늘은 영화 이야기나 해 볼까? 20년 전에 재미있는 영화가 한 편 본 기억이 있지. FBI 요원인 존 트라볼타가 자신의 아들을 죽인 청부 테러범인 니콜라스 게이지를 잡기 위해서 추격하는 영화야. 니콜라스 게이지가 의식불명에 빠져 최종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자 니콜라스 게이지 얼굴 피부를 떼어내어 자신의 얼굴에 이식하고 범죄의 소굴에 직접 들어가서 임무를 수행하는 내용으로 시작되지. 의식불명에서 깨어난 악당 니콜라스 게이지도 트라볼타의 얼굴 피부를 자기 얼굴에 이식하고 FBI역할을 하면서 서로 대결 구도로 가는 영화의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해. 최근에도 다시 케이블 TV에서도 보니 역시 재미있던데.
여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나 핸드백 이야기를 해 볼까. 중년 여자들이 핸드백이나 가방에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남자들은 주로 차에 대해서 관심이 많지. 물론 비싸서 관심이 있다고 다 사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40대 남자들이 주요 관심사이자 비싼 장난감으로 불리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페이스 리프트’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 차량의 모델을 전부 바꾸는 것이 아니라 차체는 유지하고 앞부분과 뒷부분을 일부 바꾸는 새로운 모델로 출시하는 것을 일컫는 단어인데, 신차는 아니지만 외관은 신차에 버금갈 정도로 바꾸어 새로운 모델같이 보이게 만드는 과정을 말하는 거지. 이렇게 해서라도 새 차를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을 대리 만족한다고 할까? 여성들이 명품 핸드백을 버리지 못하고 새로운 것으로 리모델링해서 가지고 다니는 것과 비교하면 비슷한가?
힘든 고등학교 생활을 거쳐 대학교에 진학해 전공 공부를 한 후 가까스로 직장에 들어가서 일을 배우고 결혼도 하는 사이 길다고 하면 긴 시간이, 짧다고 하면 짧은 시간이 흘러갔네. 그러는 사이 내 나이에 ‘4’ 자 숫자가 붙은 40대가 되었어. 꽤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것은 나이 든 것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의 반증이라고 할까? 40대를 살아보니 남자 나이 40대라는 나이는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불혹’의 나이라고 하지만 그 말은 옛말이고 틀린 것 같아.
오히려 모든 유혹에 흔들림이 많은 시기인 일명 ‘유혹’의 나이임을 살면서 알게 되었던 것 같아. 공자님이 살던 시대와 지금의 평균 수명과는 차이가 너무도 많이 나기 때문 일거야. 아마도 그 당시 40대 남자는 지금의 70-80대가 아닐까 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남자 40대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얼굴을 페이스 오프를 하던가? 아니면 새로운 자동차로 변신을 하는 페이스 리프트를 해야 할 시기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아. 이 말은 변신, 변화해야 하는 남자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를 나타내는 말인 것 같아.
페이스 오프(Face off) 입장에서 보면 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상황에 맞는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왔던 것 같아. 역할에 있는, 상황에 맞는, 직책에 맞는 가면(페르소나)을 쓰고 살아오고 있었던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말이야. 나를 포함한 우리 중년 남자들은 각자가 열심히 살아온 인생이지만 상황에 맞추어 사느라 어쩔 수 없는 가면을 쓰고 살아왔지. 그런 면도 없지 않은 것 같아. 아마도 인생이 우리에게 때에 맞는 역할을 부여했기 때문이라 위안을 삼고 싶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참모습을 가리고 온 가면을 벗어 버릴 때가 온 것 같아. 그동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책임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을 몸과 마음으로 압박하면서 미친 듯이 살아오고 있었지. 오직 의무에 충실한 삶을 살기라도 하듯이 말이야.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한계에 이른 것을 우리는 몸과 마음에서 보내는 신호를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 그런 신호가 무엇인지도 구분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남자들도 많이 있었지.
이제는 우리가 살아온 삶의 얼굴을 조금씩 바꾸어 나갈 때가 되었어. 영화처럼 한꺼번에 지금까지 살아온 얼굴을 걷어내고 새로운 얼굴을 이식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는 없잖아. 이번 기회에 관리 못한 얼굴도 좋은 피부로 바꿀 수 있으면 더욱 좋겠는데 말이야. 이왕이면 웃는 인상으로 말이야. 이제는 서서히 삶에 변화를 주어야 해. 최선에는 여유를 가하고, 책임에는 자유를 부여하고 압박하는 것에는 느슨하게 풀어주고, 의무감에는 행복이라는 것을 가미하면 어떨까 해. 괜찮겠지?
여보, 40대까지의 삶이 든든한 기둥을 세우는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식물로 말하면 땅에 뿌리를 내리고 그 뿌리를 바탕으로 줄기를 세우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어. 아직은 설익은듯한 열매를 맺고 있지. 어린 묘목의 티를 벗고 약간의 나무의 모습을 갖춘 삶이 20-30대의 삶을 지나 조금씩 나이테를 더하면서 나무 기둥, 몸통을 두껍게 하고 있지. 이제는 지금까지 세운 뿌리와 줄기를 바탕으로 뿌리는 더욱 깊게, 길게 뻗으면서 튼튼한 줄기나 가지를 통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낼 때인 것 같아. 지금까지 이르는 동안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애쓰고 줄기와 가지를 키우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하면 40대부터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할 시기인 거야. 보통 다른 이들이 피우는 비슷비슷한 꽃들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향기와 색깔을 가진 꽃을 피워야 하지. 그 아름답게 화려하게 피는 꽃을 보는 이로 하여금 기쁨과 미소를 짓게 만들고 열매를 구하는 이들에게 근사한 잘 익은 열매를 하나씩 선사해야 하는 때가 아닐까? 지금까지 내가 다른 이들에게 많은 열매를 받고 멋지게 핀 꽃을 볼 기회를 선물로 받았으면 이제는 거기에 보답하는 차례가 된 것 같아.
여보, 이제는 삶의 전략을 바꾸려고 해. 그동안 자신이 절대가치라고 믿었던 것을 남에게 강요는 하지 않지만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삶을 통해 하나씩 풀어내는 방식으로 변해 보려고 해. 내가 가고 하는 지향점을 바꾸어야 해. 무엇을 열심히 해서 얻고, 배우고, 경쟁하는 것이었다고 하면 이제는 얻으면서 베풀기도 하고, 계속 배우면서 남에게 가르치는 것도 시작하고, 남을 의식하고 경쟁하기보다는 어제보다 더 발전하고 오직 경쟁상대를 ‘자신’만을 대상으로 하는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야 해. 어제의 나보다 매일 조금씩 발전되고 변화하는 내가 되려고 하고 있지.
아마도 나를 포함한 내 나이 또래의 남자들에게 앞으로 살아가는 40대 이후의 삶이 밝게 보이고 훤히 길이 뚫리는 것은 아닐 거야. 하지만 한 발씩 내딛는 발자국에 우리의 모든 것을 온전히 쏟아내어 내 것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는 삶을 살아야 해. 그렇게 하다 보면 내 발자국이 때로는 어떤 이에게 안내자 역할도 있을 것이고 나도 나보다 먼저 앞서간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젊었을 때에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있잖아.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사람들을 보면 누구나 한 마디씩 말을 하잖아. “참, 좋을 때다”라고 말이다. 아마도 이 말뜻에는 ‘나도 저런 때가 있었나? 부럽다’, ‘참 좋을 때이니 열심히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라’는 당부의 말도 담겨 있을 것이라 생각해. 어떤 음식을 바라보기만 한 사람은 맛을 모르지. 오직 맛본 사람은 그 음식의 참 맛을 알지. 이처럼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이들은 그 삶의 과정과 결과를 잘 알고 있지. 우리도 20-30대들을 보면 해주고 싶은 말도 많고 그들이 고민하는 것은 고민도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을 때가 많았을 거야. 그 순간도 정말로 순간인데 말이다.
여보, 차로 말하면 이제는 기존 모델에 앞부분과 뒷부분을 새로 바꾸는 페이스 리프트(Face lift)처럼 우리 삶을 신모델로 바꾸어야 할 시기야. 그동안 타고 다니던 오래된 차가 싫증 나서 바꿀 수 있기도 하지만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업데이트할 시기야. 일명 프로그램으로 하면 버전 업(Version-up)이지. 그 차체와 구조는 바뀌지 않지만 앞부분과 뒷부분이 많이 달라서 전혀 새로운 자동차로 바뀌는 것처럼 말이야. 우리 삶이 겉모습도 이제는 페이스 리프트를 해서 다른 사람으로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 바뀌지 않겠지만, 우리가 하나씩 쓰고 있는 페르소나를 가지고 열심히 살아야 해. 당신과 나를 아는 사람들이 변화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행복해졌으면 해. 현재를 어렵게 살고 있으면서 변심, 변태를 꿈꾸는 중년 남자들의 모습을 보고도 말이야. 모든 역량과 기본 부분은 바뀌지 않더라도 삶의 살아가는 매뉴얼 내용을 바꾸게 되면 좀 더 자연스럽게 변할 것 같아. 고정된 삶의 모습에서 살아 움직이는 풍광으로 변해가면 좀 더 멋진 풍경이 삶의 화폭에 그려질 것으로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삶이 변화가 되고 그것이 하나의 그림이 되어 우리에게 새로운 길과 풍광을 선사한다는 것이지. 그 길은 우리에게 참으로 바뀐 호흡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리라고 생각해.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꿈꾸어 보곤 해. 매일 변화하고 꿈꾸는 모습으로 살아야겠지. 일신 우일신(日新 又日新) 모습으로 말이야.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