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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Feb 10. 2024

고사리의 4억년 스토리

프랑스 숲에서 발견한 고사리


프랑스에 머물 때 인상적이었던  두 가지가 있다.  가로수로 도토리 나무가 꽤 많이 심어져있는데, 늦가을 우수수 떨어진 도토리를 그 누구도 줍지않고 밟고 다니는거다.  그들에겐 도토리나 솔방울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거다.  시골로 차를 몰고 가다보면 산 언덕 초입에 고사리가 지천이다.  그것 또한 누구도 채취하질 않는다.   홍세화의 '세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라는 책을 보면 이런 일화가 나온다. 루이 14세 시절 프랑스 모 지방에 기근이 들어 왕이 직접 상태를 보러 갔다. 워낙 기근이 심해 왕을 배알할 준비를 못한 그 지방에 사는 신부가 "저희는 먹을 것이 없어 이것으로 버팁니다"라고 하면서 고사리로 만든 빵을 바쳤다.  분명 진노할 것이라 생각한 신부의 예상과 달리 루이 14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고사리 빵을 다 먹고 "짐은 이 고사리 빵을 맛있게 먹었노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후  루이 14세는 신부의 걱정과 달리 그 마을에  기근을 구휼할 구호 식량을 보내줬다는  훈훈한 일화도  있다. 그때문인까, 고사리가 프랑스에선 보릿고개에 이것까지 먹어봤다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영국 고사리
영국 언덕에 지천으로 핀  고사리



런던 중심가에서 영국왕립식물원까지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꽤 멀리까지 이동하는데,  이때 차창 밖으로  수많은 고사리를 볼 수 있다.  매년 봄마다 고사리를 꺽는 아시아인이 많다보니 영국인들은 궁금해 한다..  아시아 음식을 잘 모르기에 고사리를 어디에 쓰는지 궁금한 거다.  



고사리는 고사리속에 속한 양치류의 총칭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사리가 식물학에서는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부른다.  영화 '쥬라기 공원'을 보면 공룡과 함께 수많은 고사리가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고사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양치류로 고생대 때 세계정복을 할 정도로 번창한 다년생 식물이었다.   중생대 쥐라기에 공룡과 함께 번성하였고, 공룡이 사라진 뒤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자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천연기념물 146호로 지정된 나무고사리 화석이 경북 칠곡군 왜관읍 금무산 일대에 퍼져있다.   고사리 화석이 발견된 지역은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지역이었을 거라고 화석을 통해 추측되고 있다. 








'보스턴 고사리'같이 집에서도 잘 자라는 고사리는 종종 관상용으로 길러지기도 한다.  그 외에 잎모양이 좀 예쁜 고사리들은 정원이나 식물원에서 다른 식물들과 함께 기르기도 한다.

                                  

                                

                                  

                                  

블루스타 펀 


아디안텀 고사리


후미타 고사리

                                  

                                  

이처럼 고사리는 다른 육상식물에 비해 아주 오랫동안 지구에서 잘 생존해왔다.  그렇다면 고사리는 어떻게 이토록 오래도록 지구에서 번성할 수 있었을까?   고사리는 '양치류'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양치식물은 꽃 대신 포자를 만들어 번식하고 물관과 체관을 모두 가진 식물이다.  양치식물이라는 그룹에 고사리들이 포함된다. 







고사리밭



식물학적 이름이 정확히 '고사리'인 종도 하나 있다.   우리가 비빔밥이나 육개장에 넣어 먹는 식물이, 바로 그 고사리다.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릴 만큼 풍부한 영향소를 함유한 이 종은 전세계에 퍼져 있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채취한 고사리도, 영국에서 채취한 고사리도 약간의 변종이 있긴 하지만 다 같은 종이다.  미국과 캐나다에도 국립공원과 산 같은 곳에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커다란 고사리 밭을 볼 수 있다.  한국의 고사리에 비해 크기도 크고 더욱 부드럽지만 야생동물의 식용으로 있는 것이라 뜯다 걸리면 벌금을 물으니 채취하면 안 된다. 유럽에서도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고사리를 볼 수 있는데, 역시 쌍끌이하듯 뜯어가다 걸리면 야생식물 불법 채취로 벌금을  때린다. 하지만 유럽에선 고사리를 식용하지 않아서 약간의 벌금만 내는 상징적인 처벌만 받는다지만 어느 나라나 야생식물 채취는 불법인 곳이 많다.







출처: 두산백과 



고사리는 양지나 음지, 건조지나 습지 등 환경이 불량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  고사리가 지구에 적응하여 널리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식물의 진화 과정과 관계가 깊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식물의 진화는 바다에서 육지로 진행돼 물속에 사는 파래 같은 녹조류, 물가에 자라는 이끼인 선태류에 그 뒤에 나타난 식물군이 고사리다.  고사리는 육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큰 변화를 겪었다.  육지에서는 난자와 정자의 수정에 필요한 물을 얻기 어려웠고, 강한 햇빛 때문에 수분도 쉽게 빼앗겼다.  물 속에 있을 때는 물을 통해 온몸으로 쉽게 양분을 흡수했지만, 땅 위에서는 할 수 없었다.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사리는 표면을 단단하게 보호하고 , 필요할 때만 가스를 교환하는 구멍, 즉 기공을 발달시켰다.  물관과 체관, 즉 관다발을 만들어서 물과 양분을 수송하기 시작했다.  관다발은 식물 줄기를 단단하게 지지하는 역할도 해 고사리를 높고 크게 자랄 수 있게 하였다.   최초의 나무는 이렇게 탄생했다.





고생대부터 가계가 내려오는 고사리류로는 나무 고사리가 있다



키가 클수록 햇빛을 잘 흡수하기에 나무는 풀에 비해 햇빛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고, 수명도 길어졌다. 최초의 나무가 고사리였다는 것이 신기하다.  지금도 많은  나무고사리들이 살아남았다.  나무고사리는 멀리서 보면 큰 야자나무처럼 보인다.  높이가 10m에 달하는 것도 있다.  뿌리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가 갈라지지 않으며  끝에서 커다란 깃꼴겹잎이 나와 사방으로 처진다. 뿌리줄기는 그리 굵지 않으나 많은 공기뿌리가 서로 엉키면서 둘러싸기 때문에 굵게 보인다.  한국에서는 제주도 남쪽 섭섬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멸종되었다.






광릉 숲의 비늘 고사리




광릉 숲의 십자 고사리





4억년 전 중생대에 살아남은 양치식물은 공룡과 함께 대초원을 이뤘으나 현화식물의 탄생으로 멸종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탄생과 멸종을 거듭하면서 진화되어 이젠 지구에서 가장 오랫동안 생존하고 있는 고사리.  강인한 생명력과 환경에 적응하는 유연한 유전자를 고사리가 지니고 있다니, 앞으로 고사리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 같다.





독일의 고사리 숲








출처:한국교사식물연구회 ㅣ 양치식물 특징 중 하나가 새순이 나올 때 돌돌 말려 나온 다는 것. 이 모양이 어린아이의 가녀린 손목과 비슷하다 해서 '고사리 손'이란 표현이 나왔다. 




#고사리의역사,#양치식물,#보스턴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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