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족 극복
음식에 대한 사실 #1. 음식은 습관이다.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오늘 저녁은 또 뭘 먹으면 좋으려나 하는 생각이 자동완성 되었다. 그런데 때마침 도착한 메시지 한통.
"은유님. 지금부터 소금과 물 외에 아무것도 드시면 안 됩니다."
나는 당분간 저녁을 거르려고 한다.
최근에 나는 스스로가 매우 불만족스러운 상태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살아는 있지만 살아있지는 않은 느낌. 크게 하고 싶은 것도,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다. 마음의 진공 상태랄까...
생각해 봤다. 이 불만족은 어디에서 비롯된 거지? 아직 그 답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내가 발견한 건 그 불만족스러움을 피하기 위해 내가 음식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
그날도 불만족스러운 날이었다. 내가 손쉽게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음식에 기대어 불만족의 사나운 불을 끄기 배달앱을 켰다. 그런데 스크롤을 바닥까지 내려도 원하는 답이 거기에 없었다. 차라리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맛있게 시켜 먹었을 텐데,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먹고 싶은 것도 없이 내 영혼을 달래줄 뭔가를 맹목적으로 찾아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고르지 않는다면 불만족의 깊은 구렁텅이로 빠질 게 분명할 거란 생각이 나를 두렵게했다. 그래서 그중 하나를 대충 골라 시키면서도 이상하게 이걸로 좀 부족할 거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결국 나는 그날 밥될 만한 음식을 먹은 후에 디저트로 아이스크림까지 시켜 먹었다. 하루에 배달음식을 두번이나 시킨 건 좀 스스로에게 충격이었다.
이러면 안 돼.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차라리 음식이란 걸 잊고 산다면 그 편이 낫겠다 싶어(갑자기 음식이 희망고문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단식원을 검색해 봤다. 휴가를 쓰고 며칠 단식원에 들어갈 생각을 잠깐 했다. 그런데 비용을 보니 그 멀리까지 가서 돈 쓰고 우리 집 고양이의 안위를 걱정할 바에야 차라리 집에서 찾아보고 따라 해보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생각의 적정성을 확인받기 위해, 건강에 있어서 가장 믿고 의지하는 분께 연락을 드렸다.
"선생님. 저 요즘 식습관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자꾸 이상한 거 먹고 있고... 며칠 단식을 해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은유님. 단식은 그전에 준비과정이 필요하고, 그 이후에도 해야 할 것들이 좀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하지 마시고... 대신에 일주일간 저녁을 한번 먹지 말아 볼까요?"
아, 그런 방법도 있겠구나.
지금 나에게는 음식을, 끼니에만 제대로 먹고 아무 때나 기분 낫게 하자고 먹는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훈련이 필요하다. 일주일 정도 저녁을 참는 건 꽤 괜찮지 않을까?
나는 여태 살면서 끼니를 거른 적이 거의 없다. 바쁜 현대인들은 식사를, 특히 아침을 거르기 십상인데 나는 그 바쁜 아침에도, 아니지, 내겐 아침식사가 세끼 중 가장 중요할 때가 있었다. 항상 꼭 든든하게 챙겨 먹고 집을 나섰다. 어렸을 때부터 끼니를 거르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우리 집 식사 문화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그런 내가 과연 끼니를 거를 수 있을까?
저녁을 먹지 않으면 최소 13시간(저녁6시~아침7시) 공복을 유지할 수 있어 위장이 쉴 수 있고, 더불어 수면의 질이 높아진다. 그리고 아침에 배고픔을 느끼며 일어나는 기분은, 어제 먹고 싶은 걸 참았다는 성취감이 있으면서도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은 기쁨이 있다. 불필요한 체내 지방들도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일주일 간 해보고 다음 주에 후기를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의 균형을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