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을 가진채 계속해서 나의 고양이를 찾고 또 찾았습니다.
냥줍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매번 하교 후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엄마, 연락 왔어?"
"아니. 아직."
"언제 고양이 가질 수 있어?"
"엄마, Jean 알지? 2마리나 있데~ 회색이래."
약속은 했고 지키지 못하고 있는 난 마음이 급했다. 충분히 기다려준 아이에게 미안했다. 저녁식사 시간 때마다 아이는 내가 알지 못하는 고양이 종류 이름을 대며
'엄마, 뱅갈 알아? 무늬가 너무 멋져.'
'그리고 털도 좀 덜 빠진데.'
'엄마, 난 줄무늬가 찐하고 강하게 생긴 고양이가 가지고 싶어.'
뱅갈이 어떤 고양인지 인터넷을 다시 뒤졌다. 오마나...
아들. 엄마가 다시 최선을 다해 볼게.
유기묘와는 도저히 인연이 닿질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이쁜 고양이 생김새에 이미 반해버린 나의 마음이 허락하지 않은 것 같다. 유튜브에 올라온 귀여운 동영상과 수많은 사진을 보며 고양이 미모에 점점 빠져 들고 있었다.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하고,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대신 고양이 자료를 수집했다. 고양이 유튜브를 보고 고양이 식습관을 공부했다. 고양이 곰팡이 균 목욕법을 배우고 꼬리 모양에 따른 고양이 기분을 공부했다. 페이스북과 인터넷으로 틈만 나면 고양이 분양과 입양받을 곳을 메모했다.
유기묘 사이트에 이어 베트남 현지에서 고양이를 분양받는 방법은 페이스 북, cho tot 인터넷 사이트와 현지 펫 샵이었다. 페이스북에서 고양이를 사고팔고는 거대한 블랙마켓처럼 보였다. 번역기를 돌려 가며 매일 밤 취짐전까지 살폈다. 어설픈 번역기 도움으로 베트남 고양이 분양 시장에 대한 큰 그림이 대충 그려졌다. 이곳은 아직 먹고 살기 힘든 나라였고, 고양이가 그들의 생계를 책임져 주는 하나의 상품이었다.
상상밖이었다. 보증금을 먼저 지불하고 고양이를 오토바이로 물건처럼 배송을 받았다. 고양이를 받고 확인 후 마지막 잔금을 치렀다. 고양이 사진과 채 1분남짓도 되지 않는 동영상을 보고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 거래가 이뤄졌다. 거래가 성사된 뒤 판매자들은 고객과 대화를 스크린 샷으로 캡처해 페이스북에 도배를 했다. 마치 난 믿을 수 있는 판매자라고 광고하는 것과 흡사했다. 돈이 입금되었다는 인터넷 송금 사진과 현금다발 사진도 함께 첨부 되어 '자기를 믿고 고양이를 사세요'라고 광고를 했다.
특이한 점은 고양이 여야를 'cai' 남아를 'duc'이라 불렀고 분양받을 사람을 'hoa sen' 연꽃이라 지칭 했다. 가격은 베트남 'Dong'이 아니라 '30ca'(생선)라 지칭 했다. 이유는 고양이가 생선을 좋아 하기 때문에 가격을 'dong' 이 아닌 'ca' 생선으로 표기 한다고 했다. 이유식을 마치고 사료를 먹기 시작한 고양이는 'Hat'씨앗을 먹을수 있다고 표기했다. 처음 생소한 이 단어들을 접했을때 무슨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베트남어를 조금 읽고 이해 할수 있었지만, 고양이 시장에서 사용되는 베트남 어휘는 특별했다.
아깽이뿐만 아니라 발정 난 고양이 교배 광고까지 올렸다. 심지어 교배하는 모습과 태반 사진을 올려 '순종 브리더'임을 증명했다. 순종을 키워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고 오롯이 '출산'만을 위한 고양이도 판매했다. 만감이 교차했다. 반려 동물을 키우고 싶은 인간의 이기심, 잔인함, 횡포, 강압적인 폭력이 고스란히 보였다. 페이스북은 통제가 되지 않는 곳이었다. 입안에 쓴맛이 돌았다.
심지어 사기를 당한 사람들 사연과 사기 친 사람들 페이스북 실명, 이름까지 공개되었다. 아픈 고양이를 속이고 판매 한 것이다. 혹은 보증금만 받고 고양이를 배송하지 않은 경우다. 하노이에서 호치민으로 이동하는 사이 아기 고양이들이 피부염, 페 결핵에 걸려 상태가 심각했다. 고양이를 받자마자 열흘만에 죽은 아기 고양이 사진과 함께 판매자 정보도 올려놓았다. 또, 베트남 수의사가 죽은 고양이 껍질을 벗겨 냉동시킨 다음 캄보디아로 밀반입시키는 장면이 검역소에서 걸려 뉴스 기사로 올라왔다. 고양이 고기를 마켓에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베트남 고양이 분양 시장을 헤집고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깊은 잠을 이룰수 없었다. 내가 지금 무슨 결정을 한건지, 아이와 무슨 약속을 한건지. 그래서 차라리 유기묘가 낮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렇지만 난 유기묘 입양은 하지 않았다. 나의 이기심을 채웠다.
페이스북을 통해 몇몇 판매자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매일 밤 페이스북을 고시공부 하듯 들여다본 덕분에 꾸준한 판매자를 파악할 수 있었고 나름 믿을 수 있는 판매자란 결론이 났다. 그들 역시 방문은 꺼려했다. 직접 보고 데려오고 싶다고 했지만 갑자기 말을 바꾸어 고양이가 다 예약되었다는 식으로 말을 돌렸다. 결국 페이스 북을 통해서는 고양이를 분양 받을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남은 방법은 'Dogily shop/도글리샵'과 'cho tot' 그리고 동네 'Petwish/펫 위시'였다.
고 밥군(9군과 10군)에 있는 도글리 샵을 방문 했다. 골목 안 가정 주택을 개조한 매장이었다. 철저한 매장 관리와 나름 베트남에서 이 정도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 왔다. 베트남 현지 뉴스에도 나왔던 곳이기도 하다. 가기 전 메신저로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호치민에 있는 도글리 매장 중 고양이를 다수 보유한 매장을 안내해 주었다. 가격은 한국 분양가와 거의 비슷했다. 원하는 고양이를 미리 주문하려면 이곳 역시 보증금을 먼저 걸어야 주문이 가능했다. 몇백만 원짜리 명품 가방 하나 선주문해놓고 원하는 디자인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뭐 그런 이상 야릇한 상황같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들은 고양이 한마리를 꺼내 들고선 바로 'Anemic'검사를 키트를 통해 해줄수 있다고 했다. 그 점원은 하필 많고 많은 검사중 'Anemic 빈혈'검사 즉 백혈구 검사를 바로 시행할수 있다고 이야기 했을까?
추후 그 점원이 왜 그토록 빈혈, 적혈구 검사를 중시 했는지 알게 되었고 고양이 건강에 대해 무지했던 난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된다.
https://dogily.vn/mua-ban-meo/
'cho Tot'은 가정 분양 고양이, 샵 분양 고양이, 개인 브리더들이 광고를 올렸다. 우리나라 벼룩시장과 흡사한 인터넷 사이트이다. 이곳 판매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페이스 북에 고양이 분양 광고를 올린 판매자들이 동일한 사진을 올렸고 가격은 페이스북 가격보다 100만 동에서 50만 동 저렴하게 내놓았다. 하지만 실질적인 가격은 여러 마리 중 저렴한 한 마리 가격이었다. 결국은 더 비싼 가격을 요구했다. 매일 밤 페이스북과 이곳을 넘나들면서 명탐정처럼 판매자들 신용과 고양이 판매 후 책임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연구했다. 직감이라는 게 이럴 때 참으로 유용하게 쓰였다.
'Petwhish'는 자체적으로 수의사가 상주해 있는 애견 샵이었다. 애견용품을 판매하는 곳과 병원이 한 건물 안에 있었다. 영어가 가능했고 애견 용품을 구입할 때 자주색 병원복을 입은 수의사들이 직접 도움을 주기도 했다.
아래 세 곳은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을 통해 정보를 얻는데 도움을 받은 곳이다. 수많은 전문 브리더들과 고양이 개인 판매자들이 광고를 올리고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중 WCF는 고양이 Pedigree(증명서, 족보)를 소유한 브리더들이 많았다. 대부분 러시아에서 정식으로 고양이를 분양받아 전문 브리더 혹은 캐터리가 된 사람들도 있었다.
다음날 아무생각 없이 조사 차원에서 한번 들러본 'Petwish'에서 난 나의 고양이를 찾았다.
가격은 높았다. 대충 아이가 원한 Tebby였고 줄무니 역시 멋져 보였다.
아니 나의 고양이가 될줄 알았다.
이렇게 인연이 찾아 오는구나 라며 맘껏 들뜬마음으로
변기
스크래쳐
모래
치약
쿠션
담요
장난감
케이지
브러쉬
방울
사료
를 트렁크에 한가득 싣고서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분양 받으면 되는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