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May 06. 2020

내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나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수많은 한국사 시험 준비생들의 히로인, 큰별쌤 최태성 씨가 쓴 <역사의 쓸모>라는 책에 보면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라는 챕터가 있다. 해당 챕터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했다.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도리어 망쳐버리는 모습을 우리는 종종 보게 됩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까닭은 그들의 꿈이 '명사'였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되느냐가 중요했을 뿐,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고민은 없었던 것이죠.
<역사의 쓸모, 최태성, 다산초당, 2019>


'꿈은 명사가 아니다'라는 표현에는 참 많은 의미가 담긴다. 꿈은 돈이 아니다. 꿈은 명예가 아니고, 직업도 아니다. 돈, 명예, 직업 모두 다 명사니까. 또한, 꿈은 환상이나 허상이 아니다. 미련이나 옛 추억도 아니다. 환상, 허상, 미련과 옛 추억도 다 명사니까. 꿈은 구체적인 행동 지침, 또는 삶의 태도다. 꿈은 현재적이고 실제적인 움직임이다. 그리고 감동시키는(Move) 것이다. 꿈은 그런 것이다.




2018년 7월,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박봉에 야근도 꽤 많던 곳이었지만 나름대로 만족했던 이유는 꿈 근처에서 얼쩡거릴 수 있어서였다. 내 꿈은 강연자가 되는 것이다. 강연자가 돼서 나의 생각과 경험들로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일을 시작한 곳은 그런 강연자들을 초빙하여 임직원들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하는 HRD 기관이었다. 덕분에 10년 후 미래에 내가 서고 싶은 자리에 이미 도착해 있는 수많은 분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처음엔 그것만으로도 가슴 뛰고 행복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현실이 꿈을 좀먹기 시작했다. 시급으로 따지면 가까스로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 나와 수백 명의 청중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로 멋지게 사람들을 감동시키던 그분들 사이의 괴리가 무척 크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것이다. '저 위치까지 가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쏟아야 할까? 아니, 노력하면 되긴 하는 걸까?'


나의 현재 수준과 내가 보고 있는 이상향 사이의 격차에서 만들어진 박탈감. 첫 사회생활에서 마주하게 되는 현실의 벽이 나한텐 그렇게 찾아왔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사람들은 으레 자신의 부족함과 사회의 매정함 사이에서 마음이 다치곤 한다. 꿈 많은 청춘들이 저 높이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에 닿아보려 있는 힘껏 뛰어올라 보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건 현실이라는 두터운 천장이다. 도무지 뚫릴 것 같지 않은 천장에 머리를 '쿵' 박고 떨어진 청춘들은 그렇게 그들이 현재 딛고 있는 자리에서 안주하게 된다. 세상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마음이 닫힌 것이다.


나도 입사 초반까지는 선명한 동사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주는 것'이 그 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실 좀 헷갈린다. 가끔은 내가 왜 그런 꿈을 꾸게 됐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해지기도 한다. 오히려, 2년이 채 안 되는 회사 생활 가운데 마음 한 켠에 새로운 꿈이 자라기 시작했다. '돈, 그리고 칼퇴'. 나도 모르는 새에 돈은 많이 주는데 퇴근은 빠른 곳으로의 이직을 꿈꾸게 돼버렸다. 완벽하게 명사의 꿈. 뭐가 맞는 건진 사실 모르겠다. 다들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고 잘만 사는데 나라고 왜 곧 서른인 나이까지 유별나게 꿈 타령하고 있는 건지 자꾸 고뇌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고뇌 끝에는 항상 부끄러움이 딸려온다. 정작 내가 품었던 동사의 꿈을 위해 얼마나 간절하게 매달려봤냐고 자문해보면 딱히 대답할 게 없어서. 괜히 마음이 불편해진다. 10년 뒤의 내가 지금 이 시기를 뒤돌아봤을 때 정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동사의 꿈을 지우고 살아가는 삶이 과연 더 행복한 것이 맞을까? 이 부분에서도 사실 자신이 없다. 다만, 나중에 어떤 인생을 살게 되더라도 나 자신에게 충분히 떳떳하기 위해선 지금 뭔가 더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내가 가진 동사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자 부지런히 움직여보기로 한 것이다. 


그 시도들 중 하나로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나에겐 아직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할 만한 메시지도 없고, 매끄럽고 매력적으로 생각을 포장해낼 문장력도 없다. 하지만 꿈을 향해 내가 가진 간절함을 미련하게 쓰고 또 쓰다 보면, 그 절박함을 다듬고 기록하고 퇴고하다 보면, 언젠간 뭐라도 되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지나가다 우연히라도 내 글을 본 나와 같은 청춘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얻고, 꿈길 여정에 힘을 얻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도 부지런히 내 삶을 움직이는 동력이 돼주기도 했다. 그게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유다.




내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나는 글을 엄청 잘 써서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그럴 재능도 없고. 다만,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꿈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고 애쓰고 길을 찾는 사람. 그 과정에서 밥 먹듯 찾아오는 낙심과 우울의 감정을 잘 견디고 이겨내는 사람. 그리고, 꿈길 여정을 두려워하고 머뭇거리는 누군가의 삶이 동사의 꿈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자극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아직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글을 이렇게 남겨본다. 이 글이 당장에 나를 엄청 가치 있거나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다만, 오늘 하루도 내가 꿈을 향해 삶을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는 걸 증명하는 수단으로는 충분하다. 이렇게 차근차근, 한 걸음씩 걸어가다 보면 언젠간 진정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삶을 살아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꼭 그런 날이 오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