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의 가을을 달리다
11월이 되었다.
10월 내내 단풍 들 기미가 없던 은행잎이,
드디어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금요일 퇴근길이 괜스레 기분이 좋다.
경복궁에도, 가을이 왔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뛰어야지.’
마음을 먹어본다.
토요일 아침. 날씨까지 좋다!
부스스한 채 씻지도 않고 러닝복부터 챙겨 입는다.
피부를 지켜줄 선크림을 바르고, 모자와 고글도 착용한다.
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멀리 경복궁 궁장(궁궐 담장)이 보인다.
그 위로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아침 햇살에 반짝인다.
회색 담장과 검정 기와, 그 위에 얹힌 노란 은행잎들.
더할 것도 부족할 것도 없는 간결한 조화로움.
경복궁 돌담길은 가을이면 이렇게 황금빛 동화 속처럼 변한다.
이 길을 달리다 보면,
마치 내가 어린아이가 되어 동화 속을 달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잠깐, 경복궁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경복궁은 궁장을 따라 동서남북 네 개의 문을 가지고 있다.
남쪽엔 우리가 잘 아는 광화문(光化門),
북쪽엔 청와대와 마주한 신무문(神武門),
동쪽은 봄을 상징하는 건춘문(建春門),
서쪽은 가을을 상징하는 영추문(迎秋門)이다.
이 네 문을 따라 궁장을 한 바퀴 돌면 약 2.5km.
두 바퀴를 돌면 5km! 딱 좋은 러닝 코스가 된다.
광화문에서 신무문 방향(시계방향)은 오르막이 완만하고,
반시계방향은 경사가 짧지만 급한 오르막이 나온다.
오늘은 어느 쪽으로 달릴까?
무리하지 않고,
노란빛을 온몸으로 느끼며 천천히 달려보기로 한다.
경사가 완만한 시계 방향으로 2바퀴, 가볍게 5km만.
이른 주말 아침.
경복궁 돌담길엔 아무도 없다.
오늘은 러너도, 산책객도 없다.
노란빛으로 물든 담장과 은행나무 길.
그 모든 풍경이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이 된다.
오롯이 나만의 세계.
그 안에 달리는 사람, 나만 있다.
정지된 시 공간 속에서 유일하게 움직이고 있는 나.
러닝은 오늘도, 나를 새로운 세계로 데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