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의 시작을 달리다에서 마주한 작은 역사
바쁜 직장인에게는 쉼표이고,
러너에게는 물 내음을 맡으며 달릴 수 있는 소중한 길이다.
가끔 주말 아침, 청계천을 따라 옥수역까지 달린다.
조용한 아침을 열기에 더할 나위 없는 코스다.
2025년 첫 런인문화유산은 청계천의 발원지를 찾아 달리는 “청계천의 시작을 달리다”였다.
한강에서 출발해 중랑천을 지나, 다시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길.
넓게 트인 한강은 바다 같았고, 중랑천은 조금은 시골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종로로 들어서자 말끔하게 정돈된 청계천이 펼쳐졌다.
그때, 무지개처럼 둥근돌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뭐지?’
걸음을 멈추고 돌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가보니
그곳에 작은 안내판이 서 있었다.
“오간수문(五間水門)”
청계천의 수량을 조절하던 다섯 칸짜리 수문.
도성의 물길이 한양을 빠져나가던 문이었다.
청계천의 발원지를 찾아 달리던 길 위에서
역설적으로 ‘청계천의 마지막’을 지키던 문과 마주했다.
오간수문은 조선의 도시를 지탱하던 숨은 구조물이었다.
성 안팎으로 물을 흐르게 했고, 도성으로 출입하는 사람들의 왕래는 막기도 했다.
도성의 문이 한양의 권위를 지키는 얼굴이라면,
수문은 묵묵히 발밑에서 도시의 생명을 지탱하는 심장이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도성의 성벽이 헐리고 수문도 사라졌다.
그 자리에 다리가 놓이면서 사람들은 그곳을 ‘오간수교’라 불렀다.
2000년대 청계천 복원 당시 오간수문은 제자리를 되찾지 못한 채 벽면 위에 형태로만 재현되었다.
오간수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달리기를 하다 멈춰 선 그곳에서 나는 문득,
과거와 현재가 한 줄기 물처럼 이어져 있음을 느꼈다.
수문은 사라졌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여전히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