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가장 잘한일을 생각해보자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것 아닌가해요. 출산과 육아라는것은 결국 삶에 그 족적을 남기는것이니까요.
물론 아이의 생각은 모르겠어요. 태어나고싶어서 태어난것도 아닌데 눈떠보니 이사람이 엄마라고 하니까요.
저희아이는 알러지가 굉장히 심한 아이였어요. 호두 가루만 먹더라도 얼굴이 선풍기가 되어서 응급실에 실려가야했어요.
그런데 설상가상 날고기는 아이어서 더했지요.
쇼파에서 뛰어내렸는데, 알고보니 군고구마 위었다던지 (발가락 화상으로 바로 응급실행)
콧구멍에 비비탄모양의 사탕을 쑤셔넣고 빠지지 않는다던지(바로 응급실행)
삼촌이 먹던 호두 옆에서 껍질 줏어먹었다던지(바로 응급실행.)
뭐.. 아들키우시는분들 다 똑같으신거죠?
아이구야.. 근데 유치원을 보내놓으니까 더 속상한 일이 많은거예요.
유치원에 들어가서까지 손가락을 빨고 다녔거든요. 막대사탕마냥 손을 쭉쭉 빨면서 어슬렁어슬렁 걸어나올때는 참.. 그 마음이 이루말할수 없었죠.
너무 속상하고 화도나고 이제는 말을 알아들을텐데 저게 왜 저렇게 안될까
그런데.. 띠로리... 알고보니 아이가 ADHD인거에요!! 세상에!!
ADHD는 전전두엽의 미성숙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종의 발달장애라고 해요. 뇌가 다 성숙하면 없어지기도 하고, 평생 없어지지 않을수도 있죠. 그러니까 또래보다 어린거예요.
5살이면 손가락을 빠는게 없어져야하는데 저희 아이는 뇌가 아직 미성숙하니까 손을 빠는거죠
초딩이 되고서는 전쟁이었어요. 하루에도 수차례 물건을 잃어버렸거든요.
학교에는 잠바를 두고오고, 학원차에는 가방을 두고 오고, 놀이터에는 자전거를 두고오고,
휴대폰은 어디있는지 조차 모르는데 전원마저 꺼져있는거죠.
학교에서 학원에서 심지어 학원차기사님이 하루에도 전화가 발발발 오는데 저는 당장 일하고 있고 어떻게 수습을 못하니까 엄청 스트레스 받았죠.
아이가 하교는 했는데 학원을 가지않고 중간에 놀이터에 새는 일도 부지기수였어요.
저대신 저희 엄마가 아이를 잡으러 달려가시기도 했어요.
쫌! 아들아 쫌! 한 백번쯤 외치고 사는거같아요. 1학년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밤에는 눈물젖은 맥주를 엄청 마셨죠. 너무너무 스트레스 받는거예요 미처버릴것같았어요.
내새끼인데 내마음대로 안되니까요.
와...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데
내새끼는 개새ㄲ(일부러 'ㅣ'누락시킨겁니다..)도 아닌데 왜 풍월을 읊지못하는건가 싶기도하고요.
아.. 이루말할수 없어요. 아마 산만한 아들을 둔 엄마들은 이해하실꺼예요.
그런데 그 안에는 제 욕심이 있었어요. 아이를 내 성에 다 차게 키우고 싶은 욕심.
내 아이니까 내꺼라고 은연중에 생각하는 소유욕.
아이는 별개의 존재로, 독립된 존재여야 한다라고 말을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거예요.
아이의 세상에서 안전한 바운더리 역할만 하고 아이 스스로 할수있도록 독려했어야했는데 어느순간 나만큼 해내야해 하고 아이에게 요구하고 있었지요.
그걸 깨닫고 난 뒤, 심리적인 부담감을 내려놓기로 했어요.
아이를 냅두기로 했지요. 사실 냅두는건 정말 어려워요. 안절부절하게 된다고 할까요?
대신 아이가 한 행동에 대한 감당도 아이가 해야한다고 알려주기 시작했어요.
그래서인지 아이는 용돈을 안받으려해요. 본인이 잘못해서 미리 저에게 선납해야 되는게 많거든요 ㅋㅋ
용돈을 받아봐야 어차피 쓸수있는돈이 거의 없으니 체념하고 이제는 용돈이 아니라 물건으로 받으려하거든요.
미처버릴것같이 산만했던 아이도 뒤돌아보면 불쑥 커있고
자기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삶을 살고 있어요. 너무 감사하지요.
물론 여전히 쫌! 쫌! 제발! 하며 아이를 따라다니며 잔소리할때도 있고요
능청스럽게 같이 놀때도 있지만요.
참 시간이라는게 소중한것이 힘들었던 순간도 잘 포장시켜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게 해주더라고요.
힘들었던 시간들은 이제 기억이 잘 안나요. 그냥 그때 그랬지? 정도가 되었어요.
아직 엄마로 너무 부족하지만 성숙한 엄마로의 삶을 살아낼거라고. 계속 성장할거라는것을 믿어요.
(아이 성장은 둘째치고 저부터 성숙한 엄마가 되어야겠다는걸 이제야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