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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채 Feb 02. 2024

입밖으로 꺼내지 못할 슬픔이 있다.

가끔씩 한숨짓는 이혼녀

택배를 옮기다가 

손목이 너무 아파 파스를 바르고..

그뒤로 소양증이 생겼다.

아이는 "엄마 긁지마! 긁으면 안돼! 톡톡두드려!" 라고 가볍게 잔소리를 하더니만

마의 저 택배박스에 들어가서 

뚜껑을 닫고 과자를 뜯어먹고 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한번씩은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것 같기도 하고

대부분은 나이에 비해 

영 애기같은것 같기도하고

그러다보면

가끔 궁금해진다.

왜 그는 면접을 하지 않는걸까?

아마 추측하건데 양자간의 합의였으리라

(전남편과 그녀는 각자의 가정과 아이를 뒤로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너도 나도 전혼 자녀를 만나지 말자 

라는 합의말이다.

(나만의 추측이지만, 막연하게 아이를 보고싶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서글프니까)

따뜻하고 다정한 내 아이는

아직도 아빠가 죽었을거라고 마음한구석에 믿고

한번씩은 아빠가 죽지 않은게 맞냐고 묻고

죽지 않았다는 말에 씨익 웃는다.

언젠가 어른이 되면

한번 찾아가서 묻고싶다고 말이다.

노래를 잘부르고, 춤을 잘 추고

보드라운 내 아이는

내 곁에 붙어앉아 조잘조잘 이야기하기도 하고

일하는 내 옆에서 만화책을 읽기도 하고

일하고 돌아선 때에는 내 침대에서 

먼저 잠을자고 있기도 하다.

한번씩 엄마집에서 아이가 자고오는 날이면

그 따뜻함과 보드라움이

그 수다스러움이 마저 그리워지는데

이 보드라운 아이를 왜 단한번도 

찾지 않는것인지

궁금해져오는것이다.

어린이날이면, 명절이면, 아이의 생일이면, 크리스마스면 

이따금씩 생각이난다.

부부의 연이 덧없이 끊어진것은 나에겐 어쩌면 다행이고

그와 나 사이의 연은 없어졌지만

아이가 지난 10년을 흘려온 그 눈물의 값은

언젠가는 업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한번은 생각되는 날이다.

오늘따라 아이는 더 보드랍고

더 다정하고 연약하다.

내가 이런 생각들을 

입밖으로 꺼내지 않고 안으로 삼켰듯

아이도 여러 생각들을 꺼내지 않고 삼켰을거다

그리고 그도 그녀도 

말하지 않을 슬픔이 분명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조금은 괜찮아 지는것같다.

아이의 마음이 후벼파져 있는것 같은 날이면

나도 모르게 불쑥 이런마음이 든다.

아이에게는 아무렇지 않은듯 이야기해준다

"아이고, 어떻하겠어? 되는대로 살아야지!

엄마나 아빠 둘중 한명이랑 사는 애들도 많아!"


하지만 아이의 반에 한부모가정은 우리집밖인걸 

알아서, 마음 한구석이 쓰려온다.


이런날이 지나고

또 다른 날이 오겠지

대다수의 날은

나도 아이도 그저 하루를 충실하게

무탈하게 살아간다.



영화 소울을 보며 하고싶은것을 찾고

엘리멘탈을 보며 "너는 불이고 나는 물"이라고 웃으며

나만 용돈이 없다고 투덜거리며

하루를 따뜻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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