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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by Y One

삼성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한편으로는 '1등 기업',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대한민국 시총 1위', '세계 브랜드 가치 TOP 10', '한국을 먹여 살리는 기업'이라는 찬사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습 기업', '정경유착', '박근혜-최순실 연루' 등의 비판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그 경계선은 명확하지 않다. 삼성을 비판하면서도 갤럭시와 삼성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비판할 점은 많지만, 그렇다고 사라진다면 큰 공허함을 남길 기업. 바로 이 때문에 한국인과 삼성은 애증의 관계에 놓여 있다.

나 역시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책을 펼치기 직전까지도 그런 복잡한 감정이 있었다.하지만 책에 빠져들수록 선입견은 사라졌다. 이 책은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삼성이 왜 1등 기업이 될 수 있었는지를 현장감 있게 보여준다.

더불어 훌륭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리더십이 있었기에 삼성이 오늘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는 깨달음을 준다.권오현씨는 미래를 내다보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동시에, 낡은 것과 미래에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하게 정리할 줄 아는 리더였다. 불필요한 조직은 미련 없이 해체하고, A급 인재는 구하기 어려우니 B급·C급·D급 인재들 사이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운영과 미래 준비를 동시에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결국 선택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직원이 임원이 되면 오히려 더 야근하고 현재 업무에만 매몰되는 현상에 대한 비판이다. 리더는 몸의 피로보다 정신적 긴장을 더 해야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본분임을 전 페이지에 걸쳐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평범한 직장인보다는 경영진과 임원들에게 더욱 추천하고 싶다.책은 크게 리더, 조직, 인사,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저자가 실제 상황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결정을 내렸는지 생생하게 담아냈다. 해외 이론서를 베끼기 바쁜 우리나라의 경영학 서적들과는 차원이 다른 현장성을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을 워렌 베니스의 『리더』와 동급으로 평가한다. 겸손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소신을 분명히 하고, 관련 경험담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방식이 그 명저를 읽는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경영학도라면 필수 도서이고, 리더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60대에 접어든 후 자신의 나이와 관습적 사고가 삼성의 발목을 잡을 것을 우려하여 스스로 물러난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리더의 자세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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