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 중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은 ‘사랑’이란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형사와 살인자, 이방인과 이방인, 서래와 해준.
오로지 둘만 아는 언어로 ‘사랑’이란 말을 대신한다.
형사로서 자부심이 있는 해준은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서래를 만난다.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도 있어."
가장 유력한 피의자임에도 해준은 쉽사리 그녀를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먼 곳에서 그녀를 지켜본다.
의심과 호기심이 뒤섞인 채로.
결국 서래는 살인을 했다. 마침내 밝혀진 진실 앞에서 해준은 서래를 놓아준다.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해준의 정체성을 전부 부정하는 이 말.
사랑이란 단어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지만 너무나 명백한 서래를 향한 사랑 고백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입에 올라가는 단어는 가장 많이 훼손된 단어다.
‘사랑’.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절대적인 단어.
누구에게나 건넬 수 있지만, 동시에 함부로 건네서는 안 되는 단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쓸 수 있지만, 또 가장 먼 사람에게도 쓰일 수 있는 단어.
그렇기에 ‘사랑’ 없는 고백에 마음이 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