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획일화에 대한 저항의 부재
중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보았다. 갤럭시 휴대폰을 선물했다가 아이가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고. 요즘은 아이폰만 써야 한다면서요?
애플이란 곳에서 만들었다는 점, 아이폰이라는 제품이 주는 뭔가 힙(hip)한 느낌이 있기는 한 것 같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비싼 아이폰이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인기가 많아진 건가? 마케팅의 능력인지 우리나라의 사대주의 영향인지 모르지만, 혹 정말 아이폰이 더 유저 프렌들리 하게 진화했는지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더더욱 모르겠다. 다만 애플의 슬로건이 “Think Different”란 것은 알고 있다.
Think Different!
애플이 초창기에 내놓은 광고 포스터가 피카소의 얼굴을 가득 담은 채 Think Different 문구 하나 적은 포스터였으니. 상상하고 질문하고 도전하는 것이 애플의 사명이고, 그 결과 기존의 통신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것을 넘어서서 디지털 음원화의 시작을 가져왔으며 손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도록 우리의 생활마저 변화시켰다.
갤럭시 폰을 썼다는 이유로 차별을 조장했던 그 친구들은 과연 애플의 모토(motto)가 뭔지 알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남들과 똑같아지길 거부했던 결과가 애플의 아이폰이었는데, 아이폰으로 통일이 되고 있는 요즘 학교 교실 모습이라니. 스티브 잡스가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획일적인 유행이 강한 나라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거주했던 외국의 몇몇 나라들만 보아도 놀랍게도 아이폰보다 갤럭시 유저가 더 많았다. 그리고 휴대폰 모델을 선택한 이유도 다 제각각이었다. 외적인 디자인이 선택의 유일한 이유인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에겐 오히려 그게 자연스러워 보였다. 자신의 기준과 이유를 두고 소비를 하면 그것 자체로 '나만의 스토리'가 된다고 생각한다.
“왜 아이폰을 쓰세요?”라는 질문에 “요즘엔 아이폰 써야 돼요”라는 대답보단 훨씬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동네 산책을 하던 날이었다. 봄을 맞아 색이 조금 다채로워졌다. 아직 꽃봉오리들이 활짝 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느낄 수 있는 봄의 색깔들. 그리고 크고 낮은 길이로 자라 있는 들풀을 보았다. 사실 들꽃과 들풀의 이름이나 종류는 하나도 모르지만 얼핏 보기만 해도 모양새 하나하나가 다 다른 그들이 한 곳에서 어우러져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우린 원래 다 다른 거였다. 다양하게 태어났고 만들어졌으며, 다양성이 유지되는 것이 원래의 질서였다.
북유럽에서는 아이들에게 너무 어린 나이부터 악기를 배우게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양한 소리를 먼저 듣고 익혀야, 하나의 소리를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자연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세상 모든 소리에 노출을 충분히 시킨 아이는 후에 악기를 다루게 되더라도 감정 표현과 소리의 정교함을 더 잘 다룰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개개인의 개성이 표현되고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why라는 질문을 훈련시키고 획일화보다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법을 가르쳤으면 좋겠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로 만들어 ‘나만을 위한 질주’보단 ‘함께 나아가는 동행’이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곳이야말로 ‘획일함이라는 안전함’보다 더 안심하며 살아가는 사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