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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사비맛 찹쌀떡 Jun 08. 2022

진짜 리더는 하지 않는 것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의 길이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다.


내가 원해서 남들이 걸었던 길에서 벗어난 것이지만,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한 뒤 적당한 때가 되면 취업을 하고, 늦지 않게 결혼을 하는 그런 사회적인 기준을 여유 있게 벗어나 있던 내 인생. 겉으로 보기에 매우 좋은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해외 석사 유학길에 오른 날 보고 아빠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하셨다. 그 정도로 난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았다. 누군가는 나의 자유로움을 부러워했지만, 그 부러움도 잠깐이고 사실은 이제 안정적으로 정착해서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조언이 더해졌다. 


남들의 걱정, 세상의 충고에 흔들렸던 때도 당연히 있다. 그렇지만 내가 선택했던 다양한 여정들에 단 하나의 후회가 없고, 돌이켜 보니 모든 길이 다 연결되어 있더라는 확신도 생겼다. 아마 나는 “꿈을 꾸고 살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내 삶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꿈인 사람도 분명 있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꿈인 사람도 당연히 있다. 나는 그간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위해 자꾸 낯선 경험을 위해 새로운 곳을 찾았던 것 같다.


아 물론 현실적으로 꿈을 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삶의 여정은 녹록지 않았다. 원한다고 다 된 것도 아니어서, 누군가가 나를 보고 힘을 얻거나, 도전을 해야겠다는 용기를 얻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내 조카 중 한 명이 “고모는 내 롤모델이야!”라고 말한 것을. 

그 한 마디가 참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기억이 났다.

 
예전 다니던 직장의 윗 분 중 한 분께서 “우리 딸의 멘토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어.”라고 내게 했던 말을. 


내가 스스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내가 직장에서, 삶에서 보여준 태도와 흔적에서 ‘내’가 드러났었나 보다. 이렇게 먼저 나를 롤모델로, 멘토로 생각해주는 것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인걸, 처음 알게 되었다.




리더십은 미묘한 것이다. 잘하려고 해도, 리더 혼자의 노력으로는 잘 안 되는 것인데 어째서 ‘리더십’이라고 부르는 걸까. 그래서 궁금해졌다. ‘환경 리더십’을 보여주겠다고 하는 유럽연합과 미국의 캘리포니아. 환경 리더십을 두고 선두 자리를 경쟁하고 있다는데,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누군가의 본보기가 된다는 것은 스스로 자청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겐 지금 ‘환경 선진국’이 있는 걸까? 한국은 경제 선진국, 콘텐츠 선진국, 기술 선진국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GDP라는 객관적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경제 선진국 외에, 콘텐츠나 기술은 우리가 리더십을 주장하지 않았지만 세계에서 인정을 해 주었던 영역이다. 한국이 본보기로 삼고 있는 ‘환경 선진국’은 어디일까. 아니, 전 세계를 두고 보았을 때 우리가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환경 리더십은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까?


난 아직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환경 선진국이 되길 바란다. 새마을 운동이 해외에 수출이 될 만큼,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궤도를 밟길 원하는 나라가 많다. 그렇게 환경 문제 해결의 길을 걸어갈 때에도, 세계가 우리나라를 주목했으면 좋겠다. 


남이 인정해줬을 때 진짜 리더가 된다. 환경 리더십을 주장하기보다, 인정받는 행보를 볼 수 있길 바란다. 




사진출처 Alfred Aloush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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