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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사비맛 찹쌀떡 Oct 30. 2022

여행지에서 먹을 것들

Day 02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낯설어지는 때, 아 내가 여행 중이구나. 새삼 실감이 난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기 위해 우버를 불렀다. 낯선 땅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아마 우버 기사나 택시 기사가 아닐까. 캐나다에는 처음이라고 내 소개를 하며, 여기엔 어떤 음식이 유명한지 가볍게 물어보았다. 캐나다에 대해서 미리 공부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로컬의 대답이 궁금했다. 잘하면 식당 추천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우버 기사의 첫 대답은, 너무 의외였다. 아시아에서 캐나다로 12시간을 꼬박 날아왔는데, 캐나다에서 먹을 음식으로 ‘스시’를 추천해주었다. 살짝 실망감을 보이며 캐나다 음식은 없냐고 다시 물었더니 ‘피자?’라고 역질문이 들어왔다. 피자는 이탈리아 음식이 아닌가. 나는 결국 우버 기사에게 기대했던 로컬만의 음식 정보를 얻지 못하고 숙소에 도착했다.


누군가 한국으로 여행하며 음식을 추천해달라고 질문한다면, 우리는 불고기와 비빔밥, 심지어 떡볶이 등 한국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메뉴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김치의 종류도 수십 가지나 되고, 같은 음식이라도 조리법에 따라 또 완전히 다른 맛을 내는 한국의 음식 덕분에 우리의 미각은 꽤나 감각적으로 발전되었다.


경험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미각의 경험은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다양한 음식이 존재한다는 문화가 당연했던 곳을 떠나고 도착한 곳에서의 첫날, 나는 햄버거와 베이글을 먹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고기와 빵으로 끼니를 채워야 할 것 같다.


한국인의 힘은 밥상의 힘이라고도 한다. 기본적으로 밥과 국, 다섯 가지의 반찬이 올려진 오첩반상 한 끼로 우리는 재료와 양념이 각각 다른 접시 위의 음식들을 경험한다. 각 음식이 입 속에서 섞이는 경험도 더해진다. 밥을 먹는 행위는 어쩌면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상상력도 자라게 한 건 아닐까. 다양한 경험으로 상상력이 강해진다는 논리가 있다면, 혀 끝으로 느끼는 경험도 당연히 상상력의 근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캐나다는 대자연의 기개가 느껴지는 산맥을 넘어 평지로 이루어진 도시로 연결되었다. 산은 산으로 놔두고 평지를 찾아 마을을 시작하고 도시를 일군 캐나다의 땅을 보며 나는 산을 깎아 살아가는 터전을 만들 수밖에 없던 우리나라가 떠올랐다. 나라의 75%가 산인 형편에 살아갈 땅을 만들려면 산을 깎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산을 깎는다는 끈기와 그 속에서 삶을 일궈내는 투지가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대한민국 국민은 밥상에서 힘을 얻었고, 발전의 원동력일 수도 있는 상상력도 그 밥상에서 얻었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세계 음식 속에서 더 빛나는 한국 요리. 여행 1일 차에 벌써 한식 생각이 난다.



맛있었지만, 빵과 고기를 벗어나지 못하는건가 싶은 식사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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