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무엇이 있을까

by 장서율

가장 행복한 순간의 감정은 가장 솔직한 내게 말을 건다.

이렇게 웃고 떠들고 있어도 되는 거니?

너의 안에는 어둠의 심연 속에서 절규하는 아이가 있는데

지금의 너는 그걸 닫아버리고 마냥 웃고 있구나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와 와인 끝에 터져나온 나의 울음은 올해 들어서 두번째였다.

화장이 다 지워지고 눈물과 콧물 뒤범벅이 되어서

세수를 하러 들어갔다가 화장실에서도 한참을 흐느꼈었나보다.

그러나 나는 '기능적으로' 잘 살아남아 집에 잘 돌아왔다.


지난 번 썸머 85의 후기를 쓰다가 고등학교 시절의 경험을 하나 떠올렸는데

그때 조용한 자습 시간에 나는 음악을 들으며 노트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제일 싫어하는 수학 시간이 되면 으례 필사를 하던 외국어 노래 가사며 번역 노트며

나의 구구절절 긴 일상을 적은 먼데 사는 친구에게 쓴 편지들까지

선생님들은 나를 콕 찝어 '오늘도 연애 편지 쓰냐' 며 나무라시곤 했다.


그러나 그날은 아름답고 처절한 곡을 듣고 있었나보다.

심장이 아리다는 느낌은 그런 거였을까.

찰나의 순간이 검이 되어 나를 찌르고 고통이 섞인 울음이 터져나왔다.

다른 아이들의 자습을 방해한 게 미안했지만 나는 한 순간도 움직일 수 없었고

울음도 절규도 끌어담을 수 없게 터져 나왔다.


그 순간 비로소 몇 년간 내 몸이 버티고 견디던 고통의 무게를 깨달은 것이었다.


지금의 내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정서를 억누르고 이성만으로 살다가,

쉬임 없이 사고하고 일하다가,

나 자신을 돌보지 않다가.


쉬어 주어야 할 때, 마음의 쉼을 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마음을 위한다고 하면서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있는 나.

그래도 내 속도를 멈추려는 이 작업을

십 년만에 어렵게 다시 시작했으니


마음이 칼로 베이는 것처럼 아파도

기억 속의 아이가 자꾸 튀어나와 괴롭다고 울어도

그 아이를 쓰다듬어 잘 보내주어야 하는 과업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 와서 굳이 왜?

라는 질문보다도

지금 이걸 하지 않으면 나의 웃음이

진짜 미소가 아닐 것 같아

그래서 오늘도 종일 울고

울다가 또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본다.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나서

치유가 더 많이 되고

상처 자국이 옅어지면

이 글을 보면서

토닥여 줄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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