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여행의 끝에서 만난 또 다른 시작
이른 새벽, 태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일 때면 나는 아직 덜 깨어난 도시의 골목을 걸었다. 모래사장을 맨발로 디디며 파도소리에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고 길거리 짜이 한잔을 마시며 현지인과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오후엔 맛있는 한 끼를 위해 낯선 골목을 헤매고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해변에 누워 낮잠도 잤다. 이른 밤 침대에 누워 일기를 쓰고 다음날 일정을 생각해 보며 잠이 들었다. 이게 여행인가, 일상인가 그 구분이 흐릿해졌다.
처음엔 이국적인 풍경과 현지의 생기 넘치는 리듬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고 나니 이곳도 익숙해졌다. 낯설었던 바다가 매일 아침 인사를 건넸고, 이방인이던 내가 어느새 동네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가 주는 편안함이 익숙해지면 곧 그 단조로움에 지겨워졌다. 그러면 나는 다시 낯선 것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새로운 거리, 다른 언어, 처음 보는 하늘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돌아보면, 늘 반대편을 그리워했다. 바다에 있으면 산이 그립고, 혼자면 누군가가, 함께면 혼자가 그리운 아이러니한 마음. 마주한 모든 것의 건너편을 바라보며 마치 그것만이 진짜인 듯 애타게 찾았다. 그리고 막상 그리움의 대상이 눈앞에 오면 또 다른 쪽을 꿈꾸기 시작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나의 변덕은 이제 집을 그리워했다.
길어진 여행의 끝에서 만난, 또 다른 시작 같은 곳, 고아에서 인도여행을 마무리했다. 13시간의 뭄바이행 버스를 타고 10시간의 비행시간을 견디며 떠나온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나의 일상이 싫어서 집을 떠나 인도로 여행을 왔다. 인도 여행을 하다 보니 이곳은 어느새 나의 일상이 되었다. 인도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마치 처음 인도로 향하던 나의 마음처럼 설레고 기대로 가득 찼다. 인도에 대한 어떤 아쉬움이나 미련도 없이 홀가분하게 새로운 여행지 집으로 떠났다. 다시 여행이 시작되었다.
평범한 일상들이 주는 편안함이 어느 순간 또 다른 일탈이나 새로움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그러면 다시 짐을 싸고, 길 위에 선다. 우리 인생도 이처럼 반복되는 걸까? 늘 지금 이곳이 아닌 반대편을 그리워하며, 그곳을 바라보다가 막상 그 반대편으로 와서는 또다시 처음 있던 자리를 떠올린다.
그렇게 우리는 끝없이 '건너편'을 향해 마음을 두고, 도착하면 다시 다른 쪽을 바라본다. 이 아이러니가, 어쩐지 우습고도 씁쓸하다. 끊임없는 갈망 속에 사는 인간의 마음이 참 허망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