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첫사랑은 없다.

다시 사랑 한다면

by 고카


도원경의 ‘다시 사랑한다면’ 이 곡을 김필의 멋진 목소리로 리메이크를 해서 한동안 자주 들었다. 그러다 문득 그 노래의 가삿말이 머릿속에 콕콕 꽂히면서 정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와닿았다. 어쩜 그 시절 노래들의 멜로디와 가사들은 시처럼 쓰인 건지 많은 공감이 되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사랑한다면 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
조금 덜 만나고 조금 덜 기대하며 많은 약속 않기로 해요
다시 이별이 와도 서로 큰 아픔 없이 돌아설 수 있을 만큼



‘다시 사랑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시작되는 가사는 이미 연인이 헤어졌음을 알게 해준다. 그들의 헤어짐이 서로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는 걸 노래하는데 그 사랑이 너무나 크고 강렬했기에 서로에게 상처와 아픔으로 다가왔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처음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작은 모습에 사랑을 시작하고 나중에는 더 큰 사랑을 주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사랑하려고 한다. 그렇게 불타는 사랑은 집착으로 변질되어 결국 자신에게 연인에게도 상처로 다가온다.


나도 20대 시절에 겪었던 그 감정과 경험이 가끔씩 생각이 난다. 다시 그 상황이 된다면 달라질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나는 “다시 그 상황이 되어도 다시 그 아픔과 시련을 겪게 될 것이다.”라고 답을 할 것이다. 모든 일은 처음이라는 게 있다. 운전도 처음부터 잘할 수 없고 자전거도 수십 번 넘어져야 체득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해 익히게 된다. 사랑도 예외가 아니다. 초보운전자의 시야가 좁은 것처럼 사랑의 초보 시절엔 앞만 보고 달려가게 된다. 상대방의 한 가지 장점만 보고 불나방처럼 달려들다 그 사랑에 불이 붙어 타버리게 된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상대방의 여러 면모를 이것저것 조목조목 따지고 비교하며 고르게 된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사랑도 때가 있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사랑이 있다. 그냥 지나치면서 스치듯 보면서도 가슴이 콩닥거리면서 떨리는 잔잔하면서도 큰 파도를 일으키는 사랑을 할 수 있는 청소년기, 앞서 이야기한 불나방 같은 사랑을 하는 20대, 이제는 내가 보는 눈이 아닌 남의 눈까지 신경 쓰게 되는 30대, 결혼에 대한 자의 타의적 압박으로 연애의 목적보다는 결혼을 전제로 상대방을 만나는 40대. 그 외에도 다양한 사랑의 모습이 있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사랑을 못해도 괜찮다. 다만 사랑을 한다면 사랑의 우선순위는 내가 되어야 한다. 나를 내려두고 나보다 상대방이 우선인 사랑은 어려움을 반드시 겪고 만다. 모든 사람의 관계에는 공간이 필요하다. 안전거리가 있어야 서로의 마음의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고, 서로의 마음이 아프고 힘들 때 스스로 치유하고 다시 건강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오랜만에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홀로 조용히 등산을 다녀오며 오랜만에 ‘도원경의 다시랑 한다면‘을 들으며 첫사랑은 그래서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첫사랑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천생연분을 만나 것이니 부러울 따름이다. 내가 경험했던 사랑들을 돌이켜 보니 각 사랑의 시기마다 상처도 추억도 모두 함께 했었다. 이제는 좋던 싫던 와이프와 만들어가는 가정생활 속에서 또 다른 사랑의 유형을 경험하고 배우고 있다. 가끔 너무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할 때는 이 노래의 가사를 다시 음미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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