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해서 엘리베이터를 내렸다. 아파트 복도 끝에서 창밖에 여우비를 내리며 지는 황금빛 하늘을 핸드폰으로 찍는 와이프가 보였다. 조용히 그쪽으로 걸어가 “어이~!” 하고 놀랬다. 깜짝 놀라는 와이프의 모습에 재미있어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첫째가 나와서 인사를 하며 안아주었다. 둘째는 아빠가 오든 말든 자기 할 일에 바쁘다. 매일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이 그날따라 아름다워 보였다. 파스텔톤의 필터가 씐 것처럼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았다. 그냥 그날의 그 모습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점점 빨라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순간 한순간을 기억에 담지 못하고 그저 바쁘게만 살아가고 있었다. 문득 작년 이맘때는 뭘 했지? 재작년은? 그렇게 과거를 되새김질하며 사진첩을 뒤적여보지만 그날을 그 계절을 그 해를 대표할 만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별거 아닌 일이라도 고심해가며 올려두었던 SNS에 기록된 나의 일상이 과거를 되짚어보는 단초가 되어 주었다.
현재의 모습에 충분히 행복해도 되는데 더 큰 이상을 좇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고민에 빠져 지내고 있다. 점점 팍팍해지는 인생이 지금의 젊은 친구들에게는 얼마나 더 큰 무거움으로 다가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내 걱정 남 걱정 세상 모든 걱정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스스로 고민 걱정에 지쳐 그제야 욕심을 내려놓고 현실을 자각하며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오늘도 나의 귀가를 반겨주는 아내와 자식들이 있어서 행복했다. 조금 오래되고 낡았지만 멋진 석양을 즐길 수 있는 집이 있음에도 감사했다.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몸과 마음에 힘을 빼니 비로소 보였다. “아오~ 힘 빼세요~ 힘!“이라 말하면서 출연자의 팔뚝을 톡톡 치면서 축~~ 늘어뜨리라고 하던 임진한 프로의 유튜브 채널이 떠올랐다. 운동이든 먹고사는 인생살이들 너무 힘이 들어가면 원하는 방향으로 안 가기 마련이다. 가끔은 힘을 빼고 축~~ 늘여뜨려 보고 가볍게 자연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