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짜증나

by 고카



오늘 아침 러닝머신을 하며 보았던 유튜브 영상 중 이 퀴즈 프로그램에서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다. 국문과 교수 그리고 김영하 작가까지 패널로 나와서 요즘 사람들의 문해력 수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책을 읽는 다 들게 특별한 일이 되었고 한 페이지의 안내글조차도 제대로 읽지 않고 그 종이 안에 적힌 내용을 고스란히 전화로 묻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했다. 정말 긴 글을 이렇게 열심히 쓰고 있는데 과연 누가 보기나 하는 걸까? 그리고 그 글을 읽으며 재미는 있다고 느끼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보다 편한 영상이 요즘엔 대세다 ~ 정해진 화면의 영상물이 우리의 상상의 한계를 만들고 그 틀 속에 갇혀 사고하게 되는 요즘 시대에 그 우리를 벗어나 재미난 독서를 하게 하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글쓰기가 필요하다.


그에 대한 답을 김영하 작가가 이야기해주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 ”짜증 나“ 이 표현을 못쓰게 한다고 했다. 하나의 단어로 간편하게 그 상황과 의미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서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단어인데 그 단어를 대신해서 그 상황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서 재미있고 멋지고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다. 나는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글의 표현방식이 보고서 문체화가 되어 있다.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느낌의 그런 문체가 싫다. 어떻게든 나의 글에도 생동감과 감정을 불어 넣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 ‘짜증 나’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는 가르침의 방법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서 오늘의 ‘짜증나‘를 글로 써보려고 한다.

띠로 띠로 우리(전화 소리) ”네 XX입니다.“ ”책임님~ 왜 그 자료 내용이 맞아요? 존나 이해하기 힘들어요~” 기획부서에서 기획팀장 라인을 타고 있는 젊은 선임의 전화였다. 난 속으로 “뭐? 존나? 우와 이 친구 너무 막 나가네~” 조용한 사무실에서 그 상황에서 나의 통화는 울려 퍼지고 있었고 그 선임의 매너 없는 언행을 지적하기엔 너무 많은 일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우선 그 친구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다음 업무로 넘어가 그 일을 처리하는데 자꾸 그 친구의 말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은 지는 거다. 조직에서 언쟁의 상황에서 흥분하는 사람이 지게 되어 있다. 비록 그 상황에서는 이길 수 있어도 소문이 빛의 속도로 퍼지기 때문에 나의 평판에는 금이 가기 마련이다. 다음을 기약하며 내 계곡물처럼 맑은 내 마음에 던져진 흙탕물이 서서히 씻겨 내려가기를 기다리며 마음을 달랬다. 조직 생활에서 위 상사의 어이없는 업무지시와 강압 강요도 힘들지만 이렇게 무개념 후배들의 행동은 가드를 내리고 있다 꽂히는 주먹에 멍하니 그로기 상태에 빠지는 것과 같다. 두어 시간이 지나고 일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마음속은 다시 깨끗한 1급수가 되어 있었다. 그가 나에게 더러운 물을 끼얹었지만 남김없이 쓸려보낸 것 그리고 그 흙탕물은 고스란히 그에게 흘러갈 것이라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짜증 났던 마음을 재미있게 풀어보려 했는데 역시나 너무 다큐처럼 풀어내고 말았다. 하지만 무엇이든 한술에 배부를 수 없다. 나의 감정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묘사하며 적어 내려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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