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학원이 주말에도 가서, 주말에 모임이 있어서, 차가 많이 막혀서, 뭐 다음에 가지 뭐... 그렇게 시골 가는 일을 미루다 보니 1년에 가는 횟수가 한 손으로 꼽을 수준까지 되었다. 그렇게 부모님을 뵐 날이 많지 않은 걸 알면서도 여전히 어리석게도 부모님은 늘 그 자리에서 계실 것으로 만 착각하고 만다.
아이들과 오붓하게 시골로 향하는 길 아이들은 벌써부터 지겹다고 힘들다는 소리를 계속 반복하고 결국 태블릿으로 그 투덜거림을 잠재웠다. 게임하는 소리 유튜브 영상 소리로 아이들의 징징거림이 대체되고 익숙하고 잘 아는 길임에도 네비에 의존해가는 나의 고향길이다. 서울을 벗어나 분당을 지나 광교, 동탄을 지나면 이제서야 본격적인 귀경길에 오른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천안을 지나고서야 마음이 트이기 시작한다.
패드를 한참 보는 와중에 이제는 아빠도 차에서 너희들 징징대는 소리 말고, 패드로 영상 보고 게임하는 소리 말고 노래 좀 같이 듣고 가자라고 했다. 그렇게 한시도 떼지 않던 패드를 접어두고 노래를 틀었다. 첫째가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 넘겨가면서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더라도 차분히 노래를 들으며 드라이브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녀석들도 많이 컸구나. 노래를 들으며 가는데도 징징대는 소리가 없는 게 이상해 뒤를 돌아보니 둘째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그 와중에도 첫째는 본인이 맘에 드는 노래를 찾아 곡 순서를 넘겨가고 있었다. 천안논산고속도로 구간을 지나는데 해가 지고 있었다. 석양이 드리운 들판과 강 자연의 모습이 아름다워 딸아이에게 “풍경이 참 이쁘지 않니?”라고 물었다. 그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엥’하는 표정으로 무덤덤히 나를 쳐다보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언젠가 이 장면이 나의 기억에 잔잔한 향수로 느껴질 추억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산수화를 보면 멀리 보이는 산과 가까운 산의 음영을 달리하는 그림을 볼 수 있다. 그런 산을 표현한 그림들이 왜 그렇게 표현을 했는지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세를 보며 느낄 수 있었다.
그 여러 가지 핑계로 미뤄왔던 고향 가는 길이 너무 아름다웠다. 몇 번이나 이 길을 더 가려나? 하고 생각을 해보니 씁쓸함이 밀려왔다. 조금 더 잘하고 자주 찾아뵈어야겠다는 다짐과는 달리 바삐 살아가는데 집중하다 보니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매번 주저하고 미루고 있었다. 엄마의 품 같은 포근하고 아름다운 시골 가는 길이 벌써부터 그리워질 거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했다. 조금 더 자주 내려와야지. 자주 찾아봬야지. 있을 때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