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엄마의 가르침

by 고카



인생 선배가 직접 경험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한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 후배들에게 가감 없이 거친 텍스트로 하는 이야기를 녹여낸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이 유명세를 치렀었다. 책으로 출간되기 전이었고 구글에서 PDF통합본으로 된 것을 읽으며 큰 반성을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새벽 6시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승우야 놀라지 말고 들어라~ 엄마가 아파서 병원 입원했는데 아빠가 코로나 확진이라 니가 와서 병간호 좀 할 수 있겠냐?” 서로 투박하고 대화가 따뜻한 부자관계는 아니지만 나는 그 전화를 통해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전화를 건 시간은 아빠가 나를 배려해서 내가 일어날 시간에 딱 맞춰 건 것이고, 그때까지 본인은 마음 졸이고 초조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전화로 시작된 엄마의 병환을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몇 달 동안 발 동동 구르며 병원을 오갔던 2년 전이 떠오른다. 그때 엄마가 내가 주었던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다.


엄마의 병명은 폐암 말기였다. 폐 CT 사진의 음영을 보면 한쪽 폐가 종양이 퍼져있었고 손쓸 수 없을 정도의 크기였다. 엄마의 CT 영상을 보여주며 젊은 의사가 해준 설명해 준 설명을 들으며 엄마의 폐사진처럼 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갔다. 현실을 부정하기보다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대안을 그 순간에도 고민하고 있었다. 의사의 마지막 말은 병원에서 힘들게 계시기보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가족들과 마지막 순간을 평온하게 보내는 게 좋다고 했다. 그렇게 엄마를 마주하기 전에 먼저 들었던 의사의 설명을 들었다. 그 후 엄마를 보았는데 불과 몇 주 전에 보았던 모습이 아닌 기력도 살점도 없어 뼈만 엉성한 모습의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찢기는듯했다.


그렇게 언제가 될지 예측할 수도 없었던 우리 가족에게 남은 짧은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엄마의 가르침 1>

좌절의 순간에 좌절에 집중하기보다 최선의 방향에 집중하라.

우리는 어렵거나 힘든 상황에 직면하면 당황하게 된다. 어떻게 할지 몰라 상황 판단조차 하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한다. 그 순간에 나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고 싶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의 경우의 수를 확인하고 각 상황에 맞춰 어떤 게 최고의 선택인지 후회가 없을 것인지 고민을 했다.

엄마의 치료를 위해 지방대학 병원에서 서울 3대 병원으로 전원을 준비했고, 만일 엄마의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 그 시간을 최대한 아름답게 하기 위해 자식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엄마의 가르침 2>

할 일을 미루지 않기! 용기내기!

사소한 일이라 치부하며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르는 부모님 가족의 안부를 묻기 위한 전화를 나중에 해야지 하며 미룬다. 이 일을 통해서 나는 부모님이 생각이 나면 무조건 바로 전화를 한다. 우리는 늘 죽음은 남의 이야기이며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죽음이 언제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에 늘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할 일을 미루면 안 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건 꼭 생각날 때 실행에 옮겨야 후회가 덜하게 된다. 우리가 가진 시간은 유한하다.


<엄마의 가르침 3>

사랑은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

엄마의 사랑은 늘 포용적이었다. 우리에게 잔소리를 하지도 않았고 사고뭉치였던 나에게는 늘 믿음을 주셨고 표현을 하지 않으셨어도 늘 행동으로 큰 사랑을 보여주셨다. 그 덕에 나와 동생은 자존감이 크고 바르게 자랄 수 있었다. 내가 자식을 키우면서도 동일하게 자식들에게 집착하거나 큰 욕심을 부리지 않게 된 것도 엄마에게서 배운 것이다.


<엄마의 가르침 4>

가족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이웃이 있다.

엄마의 병환 소식을 듣고 여러 사람들이 위로와 응원의 말을 해주었다. 그간 엄마가 쌓아온 덕이 얼마나 컸는지 느낄 수 있었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지인들도 큰 힘이 되었지만 정말 내일처럼 발 벗고 나서는 건 가족이었다. 점점 핵가족화가 되고 멀어지는 친인척 관계가 되는 사회지만 그래도 힘든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도움을 주는 건 가족이다.


다행히 엄마의 병은 ‘병명 미상의 림프절 세포 증식증’이라는 희귀병으로 판정이 되었다. 코로나와 폐렴이 합병증이 되어 폐위에 있는 림프절에서 필요 이상의 면역계가 작동하며 찌꺼기 같은 것을 만들어 폐를 덮어 호흡이 어렵고 기침을 하게 된 것이었다. 딱 맞는 치료제는 없지만 그와 유사한 케이스의 면역력 감소제를 경구 투여하며 많이 호전되어 이제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오가며 검진을 하고 계신다.


아산병원을 지나가면서 죽음의 문턱에선 엄마와 그 곁을 조용히 지키던 아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나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되짚어보게 되었다. 부모는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자식 걱정이 먼저였다. 하물며 아픈 상황에서도 자식에게 이런 가르침을 주시다니 내가 그분들의 나이가 된다 하더라도 그들의 사랑의 깊이를 다 헤아리진 못할 거 같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부모님께 또는 가족들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한번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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